‘전종서가?’ ‘멜로를?’. 배우 전종서라는 이름 석자는 대중에 그리 친근하지 않다. 데뷔작 ‘버닝’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콜’의 전종서는 대중성에 연연하지 않고 갈 길 가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그 전종서가 말랑말랑하고 간지러운 멜로 영화로 대중과 만난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는 싫지만 외로운 건 더 싫은 ‘자영’(전종서 분)과 일도 연애도 뜻대로 안 풀리는 ‘우리’(손석구 분)가 이름과 이유, 마음을 다 감추고 시작한 로맨스를 그린다.
극 중 스물아홉 자영을 연기한 전종서는 전작의 강렬한 이미지를 다 지우고 정말 주위에 있을법한 요즘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작들과 ‘연애 빠진 로맨스’의 갭차이가 엄청나다. 이 작품을 왜 선택했나. “말랑말랑한 작품을 고를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콜’을 찍고 나서 차기작을 뭘로 가져가야 할지 고민했다. 뭔가 결정하고 있지 않았던 시기인데 선뜻, 빠른 시기에 (작품을) 결정했다.”
-전작들과 다른 자영의 역할이 너무 잘 어울렸다. 실제 성격은 어떤 캐릭터에 가깝나. “어려운 질문이다. ‘콜’과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공통으로 느끼는 모습은 짓궂음,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이 있다. 장난기가 되게 많고 말도 안되는 장난을 친다. 천진난만하다고 해야 하나. ‘콜’의 영숙이는 어린 버전으로, 자영이는 좀 더 성숙한 면모의 천진난만함이 있다.” -자영은 정가영 감독의 전작 캐릭터들과 닮은 느낌이다. 정 감독은 본인 영화에 주인공을 맡은 적도 있다. 혹시 촬영하며 배우 정가영이 연기한 캐릭터나 감독에게 영감을 받은게 있나. “감독의 작품을 보면 어떤 식인지, 어떤 스타일인지 보인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정가영 감독의 스타일을 알겠더라.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 정가영 감독이 연출한 독립영화를 봤는가,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자면. “‘조인성을 좋아하세요’가 제일 인상적이었다. 감독 특유의 발랄하고 유머러스하며 구조과 반대된 듯한 남녀 관계가 극대화된 게 ‘연애 빠진 로맨스’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느낀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주황색. 강렬하지도 않고 노랗지도 않아서. 영화의 시그니처 컬러가 주황색이기도 하다.”
-극 중 자영이 애주가라는 설정으로 음주 장면이 많은데. “음주 연기 때 마신 것은 물이거나 옥수수 수염차다. 실제로 술을 못 마신다. 몸이 술 자체를 받지 않는 스타일이다. 소주는 못 마신다. 누군가 소주를 마시면 나는 물을 마시며 맞춰줄 수 있다. 술자리에서 주로 마시는 것은 콜라다.” -콜라는 얼마나 마시나. “술자리에서 콜라를 먹고, 매끼 콜라를 마신다. 콜라 없으면 못산다(웃음).”
-취중진담 연기가 너무 진솔했다. 음주 연기의 비법이라면. “사람들이 왜 술을 찾고 술 없이 얘기를 못 할까 알게 됐다. 술의 역할이 뭔지 알겠더라. 비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진솔한 얘기를 하는 거다.”
-워낙 강렬한 역할을 맡았는데, 촬영 후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떤지.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게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빙의돼 작품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최근에 좀 생각을 하게 됐는데 앞만 보고 혼자 열심히 달린 것 같았다. 처음으로 뒤를 돌아봤다.”
-어떤 생각과 감정이 들었길래. “며칠 전에 7개월 동안 촬영한 드라마를 끝냈다. 같이 다녔던 스태프들이 고생했다면서 차량을 꾸미고 케이크를 준비하고 편지를 줬다. 그걸 보도 오랜만에 누군가가 주는 마음에 울었다. 드라마가 끝나 수고해서 우는 줄 알았는데 진심을 받아서 눈물이 났다. 그걸 계기로 며칠 동안 생각을 많이 했다.”
-작품을 보는 선구안이 있는 것 같다. 고를 때 어떤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나. “작품을 고를 때 신중함이 있다. 현실적인 것들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재미있을까를 진지하게 본다. 내가 (연기)했을 때 재미있고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어할까를 본다. 이야기의 장르에 빠지지는 않는다.”
-극 중 자영과 우리가 가까워져 가는 과정을 실제로 손석구와 겪었을 것 같다. 촬영하며 재미있었던 장면과 쑥스러웠던 장면을 꼽아달라. “쑥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다만 한번 웃으면 멈출 수 없이 서로 웃었다. 재미있는 장면이지만 집중해서 연기해야 하는데 웃음이 멈추지 않아 스태프들이 기다려줬던 적이 있다.”
-신체 부위나 성행위를 지칭하는 직설적 단어들이 많아 어색하지 않았나. “어색하지 않았고 대사들이 촬영할 때는 유머러스하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눈살 찌푸리지 않고 가볍고 부담 없게 나온 것 같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지. “모든 장르를 좋아해 즐겨본다. 단 귀신영화는 못 본다. 귀신을 믿지도 않고 소름이 끼쳐 귀신 역할은 못하겠다.”
-TV 광고도 나오고 있다. 대중적으로 다가서는 느낌인데. “갑자기 연기를 시작하면서 말도 잘 못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사람들이 무서웠고 되게 소극적으로 활동했었다. 이제는 점점 마음을 열고 행동반경을 넓혀 지내고 있다. 재미있고 좋다.”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활짝 미소 지으며) 순수하게 사랑한다. 다 주는 편이고 숨기지 않고 사랑하는 스타일이다.
-인생 멜로나 로맨스 작품을 꼽아달라. “‘클로저’는 사랑의 형태를 확실하게 나눈 영화다. ‘연애의 목적’ 같은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완전 날 것의 영화다. 10번도 넘게 본 ‘어바웃 타임’은 사랑은 사소함 속에 있다는 걸 영화 전체가 말해주는 것 같다.”
-연말 계획은 있나. “여태까지 경주마처럼 달린 것 같아 해외로 가 쉰다. 재정비를 위해 프랑스로 떠나 한 달 정도 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