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외야수 최지훈(24)은 1군 무대에 데뷔하기도 전에 '제2의 김강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2월 입단 후 첫 스프링캠프를 풀타임으로 소화한 뒤 코칭스태프와 팀 선배들에게 공수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염경엽 당시 감독은 "어깨가 좋고, 중견수 수비도 잘하고, 발도 빠르고, 타격 센스도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이진영 타격코치는 "처음 봤을 때 신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스윙 타이밍이 좋아서 깜짝 놀랐다"고 감탄했다.
김강민은 KBO 리그 역대 중견수들 가운데 최정상급 수비력을 인정받는 선수다. '수비 명가' SSG의 수많은 외야수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그런 대선배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힌 최지훈은 "아직 보여드린 게 많지 않아서 ('제2의 김강민'이라는 별명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앞으로 그 별명이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프로 입단 후 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김강민처럼, 최지훈도 성인이 된 뒤에야 외야수라는 '천직'을 만났다. 고교 시절까지 내야수로 뛰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동국대에 진학했고, 빠른 발을 살리기 위해 외야수로 전향하면서 야구 인생의 반전을 이뤘다. SSG는 4년 뒤 최지훈을 지명하면서 "주력이 좋아 중견수 수비 범위가 넓고, 타구 판단과 송구 능력까지 두루 갖춘 외야수"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지훈은 프로 데뷔 첫해인 지난 시즌 127경기에 출전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년 차인 올해도 136경기에서 타율 0.262, 홈런 5개, 3루타 6개, 도루 26개, 75득점을 기록해 SSG의 주축 선수로 자리를 굳혔다. 특히 여러 차례 실점을 막는 인상적인 수비를 해내 SSG 벤치와 팬들의 환호 세례를 받았다. 그 결과 지난 1일 열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시상식에서 KBO리그 선수들이 수비 능력을 기준으로 직접 뽑은 올해의 '리얼 글러브' 외야수 3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프로 입단 2년 만에 쟁쟁한 선배 선수들로부터 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15세 터울인 김강민과 최지훈은 내년까지 SSG에서 한솥밥을 먹는다. 김강민은 과거 "좋은 후배 외야수들이 많지만, 최지훈은 내가 봐도 가능성이 큰 것 같아 옆에서 응원하고 싶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다. 후배 최지훈은 데뷔 순간의 다짐대로 '제2의 김강민'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선수로 자라났다. 그는 "김강민 선배님이 'KBO리그에서 수비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제 조금 증명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