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민은 지난 3일 두산으로 둥지를 옮겼다. 11월 2일 NC 다이노스에서 방출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그는 통산 11시즌 평균자책점 3.86 94세이브 49홀드를 기록한 베테랑 투수다. 2015~2017년 세 시즌 동안 NC의 뒷문을 지킨 ‘수호신’이었다. 특히 2015년 평균자책점 3.80 31세이브(2위), 2016년 평균자책점 2.57 26세이브(3위)를 기록하며 NC의 2년 연속 정규시즌 2위를 이끌었다. 시속 140㎞ 후반의 하이 패스트볼과 각이 큰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던지며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군림했다.
세월을 피하지 못했다. 2018년 팔꿈치 수술을 겪었다. 지난 시즌에는 우승에 일조했지만, 평균자책점이 5.35에 불과했다. 올 시즌엔 평균자책점을 3.79까지 낮췄지만, 예전만큼 타자를 압도하지 못했다. 2016년 11.7개까지 기록했던 9이닝당 탈삼진이 올 시즌 6.47개에 불과했다.
새 둥지인 두산에서 반등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일단 구속이 나쁘지 않다.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42.4㎞(스탯티즈 기준), 최고 구속이 시속 148㎞로 전성기 수준의 구위를 회복했다. 새 둥지 잠실구장과 조합도 긍정적이다. 임창민은 최근 8년 중 7년(2015년 1.10) 동안 땅볼/ 뜬공 아웃 비율이 1 아래를 기록한 뜬공형 투수다. 드넓은 잠실 외야의 혜택을 받기 충분하다. 개인 잠실구장 성적 역시 통산 45경기 6홀드 13세이브 평균자책점 2.68로 훌륭했다.
최근 수년간 연달아 성공 신화를 쓴 두산의 불펜 투수 영입 사례도 기대 요인이다. 두산은 2017년 이후 김승회, 이형범, 이승진, 홍건희 등을 영입해 1군 불펜 투수로 활용해왔다. 특히 2019년 이형범, 2020년 이승진, 2021년 홍건희는 필승조를 넘어 팀 내 불펜 에이스로 성장했다. 덕분에 두산은 큰 투자나 고정 마무리 없이도 단단한 뒷문을 갖추며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올 시즌 잠실구장에서 철벽이었던 홍건희(홈 평균자책점 1.51)처럼 드넓은 잠실 외야를 활용한다면 임창민 역시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
불안요소도 존재한다. 구속은 회복했지만 변화구 제구가 흔들리고 있다. 한 KBO리그 구단 분석원은 “올해 평균자책점은 좋았지만, 실제 경기 내용은 그렇지 못했다”면서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이 4.25지만, 타구 질을 바탕으로 우리 분석팀이 계산한 기대성적은 5~6점대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 무기여야 할 포크볼과 슬라이더 제구가 수년째 흔들리고 있다”며 “잠실구장 효과로 1인분 역할은 할 수 있겠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극적인 반등까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