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김상식(45) 감독은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1 우승을 거둔 뒤 홈 팬들 앞에서 춤을 췄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시티 중앙수비수 존 스톤스가 라커룸에서 현란한 스텝으로 우승 축하 댄스를 춘 게 화제였는데, 그 ‘인싸춤(인사이더 춤)’을 따라 한 거였다.
김 감독은 6일 “흥이 많아 춤추고 랩 하는 걸 좋아한다. ‘쇼미 더 머니(힙합 프로그램)’에 나온 비오를 즐겨 본다. 유튜브에 알고리즘 추천으로 스톤스 춤이 뜨더라. 우승하고 추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권위를 내려놓고) 감독이 그런 적은 없으니까”라며 “시상대에서 추려고 했는데 이미 철거하고 있더라. 잔디가 패일까 봐 살살 췄다”며 웃었다.
유쾌한 김 감독도 시즌 중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간 적도 있다. 한 팬이 김 감독 이름을 넣어 검정색 ‘근조’ 걸개를 걸었다. 김 감독은 “흰 머리가 나더라. 초반 13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할 때는 축하 메시지가 150개씩 오다가, 1패 때마다 절반씩 줄었다. 3연패 당하니 하나도 안 오더라”며 “그래도 과자 봉지에 ‘상식칩’, ‘상식깡’이라고 써 보내준 팬들도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화공(화려하고 화끈한) 축구’를 선언한 김 감독은 경기당 2골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38경기에서 71골을 터뜨려 목표에 5골이 모자랐다. 김 감독은 “그 정도는 좀 봐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웃었다.
전북은 화력도 뛰어났지만 최소 실점(37실점)을 한 팀이기도 하다. 10월 중순 포메이션을 4-3-3으로 바꾼 게 주효했다. 김 감독은 “3-5-2 포메이션을 쓰는 팀을 많이 상대하며 코치·분석관과 상의한 결과다. 첼시(잉글랜드)와 릴(프랑스)처럼 실점을 적게 하는 팀 전술을 이식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전북에서 코치와 선수로 8회 우승을 거둔 그는 감독 부임 첫해 우승을 이뤄냈다. 그는 “감독으로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4년 연속 우승한 팀을 맡았는데, 5연패를 못하면 창피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내년에 더블(2관왕)과 트레블(3관왕)에 도전해야 한다. 지금 선수들이 10년을 이끌었다면, 앞으로 10년을 이끌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단을 더 젊게 바꾸겠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이다.
김 감독은 자신이 영입한 박지성(40) 전북 어드바이저와 함께 더 멀리 내다보고 있다. 김 감독은 “지성이가 영국에서 오면 2박 3일간 아침부터 파트별로 미팅을 계속한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내가 힘들어 죽겠다(웃음). 지성이가 ‘일관성 있게 유소년부터 프로까지 올라오도록 키워야 하고, 유소년 선수들에게 책임감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소년 클럽하우스 건립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전북의 모기업 현대자동차는 차 안에서 전술 회의가 가능한 ‘작전 지휘 버스’를 전달하는 등 김 감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7일 K리그1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이 유력한 그는 “부산에 지내는 아내와 ‘주말 부부’가 아니라 ‘월말 부부’다. 시상식 날이 결혼기념일이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보내고 싶다”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