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OVO 프로배구 V리그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가 다치거나 부진하면 펠리페 알톤 반데로(등록명 펠리페)를 먼저 떠올린다. 그 역시 V리그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온다.
현대캐피탈은 로날드 히메네즈의 대체 선수로 펠리페를 낙점하고 교체를 확정했다. 히메네즈는 22일 삼성화재전에서 팀 내 최다인 19점, 70.37%의 높은 성공률을 올려 팀의 5연패 탈출을 이끌었으나 이미 퇴출이 확정된 뒤였다.
브라질 출신의 펠리페는 V리그 대표 '저니맨'이다. 현대캐피탈이 다섯 번째 팀이다. 매 시즌 다른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있다. 2017~18시즌부터 2020~21시즌까지 한국전력-KB손해보험-우리카드-OK금융그룹에서 차례대로 뛰었다.
이는 펠리페가 1순위 후보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전체 4순위로 한국전력에 뽑힌 2017~18시즌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대체 선수로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펠리페는 재계약에 실패해 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던졌으나 선택받지 못했다.
구단은 외국인 선수 교체가 필요할 때 펠리페를 우선 고려한다. 그가 V리그 적응을 마쳤기 때문이다. 펠리페도 선수들과 잘 어울린다. 대박은 아니더라도, '기본 이상은 해줄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다.
펠리페는 최근 두 시즌 대체 선수로 투입돼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우리카드는 2019~20시즌 개막도 하기 전에 리버맨 아가메즈, 제이크 랭글로이스를 떠나보내고 마지막 카드로 펠리페를 데려왔다. 펠리페는 득점 3위(659점) 성공률 8위(50.99%)를 기록, 우리카드의 정규시즌 1위를 이끌었다. 지난 시즌 역시 OK금융그룹의 교체 선수로 첫 경기부터 활약해 득점 4위(851점) 성공률 8위(50.95%)를 기록했다. OK금융그룹(4위)은 5년 만에 봄 배구에 진출해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현대캐피탈도 그의 어깨에 기대를 걸고 있다. 드래프트에서 뽑은 세르비아 국가대표 출신 보이다르 뷰세비치가 부상으로 이탈한 뒤 새롭게 데려온 로날드 히메네스는 부상 탓에 기량이 완벽하지 않다.
국내파로 똘똘 뭉친 1라운드에서 4승 2패(승점 12)의 성적을 올렸으나, 이후 10경기에서 2승 8패(승점 7)로 부진하다. 순위는 2위에서 6위까지 떨어졌다. 현재는 7승 10패, 승점 22로 5위에 자리하고 있다.
봄 배구 진출을 위해 더 추락해선 안 되는 현대캐피탈은 카타르리그에서 뛰고 있는 펠리페에게 SOS를 보냈다. 펠리페는 계약 제의를 받자마자 자비로 바이아웃 금액을 우선 해결하는 등 한국 행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이전에도 "항상 트라이아웃에서 지명받지 못해도 속상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뛰면서 배구 실력이 많이 늘었다. 한국 날씨, 음식 등 정말 좋아한다. 한국 팀이 부르면 언제든 올 것"이라고 했다.
펠리페는 비자 문제와 자가격리 등을 거쳐 1월 중순 이후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을 전망이다.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많은 구단에 몸담은 펠리페는 정규시즌 기준 외국인 선수 최다 출전 신기록을 곧 작성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1위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에서 뛴 밋차 가스파리니의 137경기다. 펠리페는 지금까지 4시즌 동안 132경기를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