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이면 ‘명장’이 아니라 ‘명의’라 불러야 할 것 같다. 안토니오 콘테(52·이탈리아) 감독이 마치 병을 고치듯, 부진했던 토트넘 선수를 여럿 살려내고 있다.
토트넘은 23일(한국시간) 홈에서 열린 2021~22 잉글랜드 리그컵(카라바오컵) 8강전에서 웨스트햄을 2-1로 꺾었다. 스티븐 베르바인(24·네덜란드)이 전반 29분 절묘하게 방향을 바꿔 선제골을 터트렸다. 이어 1-1로 맞선 전반 34분 수비수 사이를 파고들어 땅볼 크로스로 루카스 모우라의 결승 골을 도왔다.
지난해 1월 이적료 428억원에 에인트호번에서 이적한 베르바인은 3시즌 동안 4골에 그쳤다. 콘테 감독은 이날 손흥민(29)의 체력 안배를 위해 베르바인을 왼쪽 공격수로 먼저 내보냈다. 콘테 감독은 “지난 2주간 훈련을 해보니 베르바인은 내가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11~12명 선수만 훈련하느라 굉장히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선수들이 발전할 기회를 만들었다”고 했다. 콘테 감독은 미드필더 해리 윙크스와 수비수 벤 데이비스뿐 아니라 아무도 못 살릴 것 같았던 델리 알리마저 살려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콘테는 마치 화타(삼국지에 나오는 명의) 같다. 망해가던 선수들을 심폐소생술로 살려내고 있다”며 “최근 런던에서 만난 손흥민이 ‘콘테 감독은 아주 디테일하다. 움직임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정해준다’고 하더라. 아주 구체적으로 패턴을 정해주자, 여기에 적응하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향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콘테 감독은 5승 2무 2패를 거뒀다. 1패는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몰수패다. 코로나19 집단 감염 후 치른 2경기를 모두 이겼다.
토트넘 팬들은 “토트넘의 대부, 안토니오 콘테. 그는 케첩을 금지했지. 그리고 마요네즈도 금지했어”란 응원가를 부른다. 콘테가 토트넘에서 선수단 건강 관리 차원에서 케첩과 마요네즈 먹지 못하게 했다는 현지 언론의 과장된 보도를 응용한 거다. 스리백을 구사하는 콘테 감독 체제에서 손흥민은 투톱 공격수로 나서 팀 최다인 4골을 기록 중이다.
콘테는 유벤투스와 인터밀란, 첼시 등을 이끌며 리그 5회 등 총 9회 우승을 이끌었다. 콘테의 승리, 토트넘의 상승세는 곧 손흥민에게 우승 기회다. 그는 2019년 아우디컵에서 우승을 처음 경험했으나, 이는 친선 대회였다. 토트넘이 마지막으로 우승한 건 2007~08시즌 리그컵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리그컵 결승에서 맨체스터시티를 이기지 못했다. 토트넘은 내년 1월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리그컵 4강전을 치르는데, 상대는 콘테 감독의 친정팀 첼시다.
한편 이날 웨스트햄전에서 손흥민은 후반 16분 교체 출전했다. 경기 후 남자 어린이가 그라운드에 난입해 손흥민을 향해 달려왔다. 안전요원에 붙잡힌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손흥민은 아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유니폼 상의를 벗어 선물로 줬다. 국내 팬들은 그에게 ‘손타클로스(손흥민+산타클로스)’라는 찬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