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는 올 겨울 KBO리그 스토브리그의 키워드 중 하나였다. 자유계약선수(FA)는 물론 트레이드와 보상선수까지 더해 여섯 명의 포수들이 대형 계약을 맺거나 팀을 옮겼다.
FA 시장 1호 계약자도 포수였다. 한화 이글스 주전 포수 최재훈이 5년 54억원을 받고 소속팀 한화 이글스에 잔류했다. 안정적인 수비력에 더해 지난해 3할 타율(0.301), 올 시즌 4할 출루율(0.405)을 달성한 공격력까지 높게 평가 받았다.
다른 두 명의 FA 포수도 고액 계약을 맺고 팀에 잔류했다. 우승팀 주전 포수 장성우(KT 위즈)는 4년 42억원, 포수 골든글러브 수상자이자 정규시즌 2위를 이끌었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도 4년 36억원을 받고 계약했다.
두 선수 모두 약점은 있었지만, 주전 포수의 무게감을 더 높이 인정받았다. 장성우는 두 자리 수 홈런을 치는 장타력에도 불구하고 타율, 출루율, 장타율이 모두 저조한 선수였다. 강민호는 장성우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내년이면 37세로 노쇠화를 걱정해야 할 시기였다. 그러나 주전 포수로서 팀 중심을 지켰던 점을 인정받아 4년을 보장받는 고액 계약을 맺고 소속팀 잔류에 성공했다.
FA 외에도 세 명의 포수들이 이번 겨울 팀을 옮겼다. 삼성은 베테랑 포수 김태군을 영입하기 위해 투수 심창민과 포수 자원 김응민을 NC에 넘겼다. 입대 전까지 삼성의 마무리 투수였던 심창민이지만, 삼성은 포수 자원 보강을 위해 출혈을 감행했다. 삼성은 이어 FA로 이적한 박해민의 보상 선수로 LG에서 또 다른 백업 포수 김재성까지 영입하면서 안방 보강에 힘썼다.
내년 스토브리그에서도 주전 포수들이 나온다. 유강남도 그중 한 명이다. 통산 타율 0.269 OPS 0.759 95홈런을 기록한 리그 대표 포수 중 한 명이다. 공격과 수비 모두 훌륭하다.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지만, 2017년부터 매년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 중이다. 주전으로 자리 잡은 2015년 이후 소화한 수비 이닝만 6092이닝(연평균 약 870과 3분의 1이닝)에 달한다. 프레이밍(포구 동작)으로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리그 정상급으로 통한다. 유강남이 지난 7년 동안 기록한 누적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16.80(스탯티즈 기준)이다. 이 기간 리그 최고로 꼽히는 양의지(38.33), 강민호(24.42)에 이어 리그 3위에 해당한다. 역시 같은 기간 주전 포수로 도약해 뛰었던 장성우(8.29)의 두 배가 넘는다.
문제는 하락세다. 유강남은 2018년만 해도 OPS 0.860 19홈런을 기록하며 거포의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공인구가 바뀐 2019년 이후 매년 성적이 하락했고, 올 시즌에는 주전이 된 후 처음으로 OPS 0.7을 밑돌았다(OPS 0.693). 장점이었던 타격이 해가 갈수록 빛을 잃고 있다.
다만 수요만큼은 확실하다. 일단 소속팀 LG는 유강남의 대체자가 없다. 김재성이 빠진 상태에서 당장 백업 포수부터 확정해야 하는 처지다. 시장에서 포수 수요도 여전하다. 올해 큰손이었던 KIA 타이거즈를 비롯해 SSG 랜더스, 롯데 자이언츠 등 공격력 있는 포수를 갖추지 못한 팀들이 여럿 있다. 샐러리캡이 적용되기 때문에 올해 같은 FA 호황이 없을 수는 있지만, 높은 가치와 확실한 수요가 이번 겨울 동안 충분히 증명됐다. 하락세를 맞은 지금 성적으로도 상당한 계약이 가능하지만, 전성기 기량을 회복한다면 대형 계약까지도 노려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