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한국시간)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9라운드 토트넘-크리스탈 팰리스전. 2-0으로 앞선 후반 29분 루카스 모우라가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다. ‘스파이더맨’처럼 민첩하고 빠르게 문전 쇄도한 손흥민이 왼발로 방향을 바꿔 절묘한 쐐기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은 모우라, 에메르송 로얄 등 토트넘 동료 4명과 손으로 거미줄을 쏘는 동작을 취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인스타그램에 ‘스파이더맨 단체 세리머니’ 사진을 올리며 “친구들이 날 따라하는 걸 멈추지 않을 것. 승점 3점,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적었다. 여기에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주인공 톰 홀랜드(25·영국)가 웃는 이모티콘을 남겼다.
최근 런던 인근 킹스턴 출신 홀랜드는 “봉준호 감독을 만나 영화 대신 손흥민 얘기만 했다”며 ‘손흥민 찐팬’임을 고백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됐고 손흥민도 “스파이더맨은 나, 해리 케인은 호크 아이”라고 화답했다. 손흥민은 지난 5일 노리치시티전에서 거미줄 세리머니를 펼친 뒤 소셜미디어(SNS)에 ‘마지막 스파이더맨’이라고 올리자, 팬들이 굉장히 아쉬워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쉴 틈 없이 축구경기가 이어지는 ‘박싱데이’에 손흥민이 ‘스파이더맨 세리머니’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낸 셈이다.
손흥민은 지난 2018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에버턴전에서 2골-1도움을 올린 뒤 산타클로스에 빗대 ‘손타클로스’라 불린 바 있다. 3년 만에 ‘손타클로스’가 팬들의 마음에 다녀갔다.
이날 손흥민은 57.4% 지지를 얻어 경기 최우수선수인 ‘킹 오브 더 매치(KOTM)’에 선정됐다. 올 시즌 7번째로 선정돼 모하메드 살라(리버풀·9회)에 이어 2위에 올랐다. 3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5회)보다 많다. 손흥민은 최근 리그 4경기 연속골을 터트려 득점 4위(8골)로 올라섰다.
안토니오 콘테(52·이탈리아) 감독 부임 후 토트넘은 리그 6연속 무패(4승2무)를 기록 중이다. 2계단 점프해 5위(승점 29·9승2무5패)까지 올라섰다. 리그 1골에 그쳤던 케인도 최근 2경기 연속골을 뽑아냈다. 콘테 감독의 3-4-3 포메이션에서 스리톱 손흥민-케인-모우라가 빠른 역습을 이끌고, 양쪽 윙백 세르히오 레길론과 로얄이 깊숙이 침투한다. 전술과 패턴이 아주 디테일하다.
손흥민은 최근 “콘테 감독은 경기 중 (벤치에) 절대 앉지 않는다. 체력이 떨어졌을 때 감독님의 열정을 보면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콘테 감독은 이날 케인을 후반 19분, 손흥민을 후반 29분 골을 넣은 직후 교체 아웃 시키는 등 선수단 관리도 철저하다. 토트넘은 당장 29일 0시 사우샘프턴과 EPL 20라운드 원정 경기도 치른다.
2017년 EPL에서 4경기 연속골을 넣은 바 있는 손흥민은 개인 최장인 5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그는 13경기에서 무려 11골(개인 특정팀 최다골)을 터트려 ‘사우샘프턴 킬러’라 불린다.
이로써 손흥민의 2021년이 영화처럼 끝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올해 팬들은 손흥민의 활약을 보며 위안을 받았다. 손흥민은 2021년 한해 EPL 39경기에 출전해 14골 8도움을 올렸고, 결승골만 4번 기록했다. 2021년 EPL 선수 중 홈 경기에서 가장 많은 골(11골)을 기록했다. 한국 대표팀 주장으로도 4골을 터트려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행을 눈앞에 뒀다.
토트넘은 올해만 감독이 3번 바뀌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도 겪었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월드클래스’ 손흥민은 팀의 중심을 잡았다. 이제 그는 토트넘의 간판스타 케인 제치고 ‘미스터 토트넘’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최근 토트넘 출신 개러스 베일(레알 마드리드)은 ‘토트넘 드림팀 5인’에 손흥민을 포함했다. 수비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는 리버풀에 영입하고 싶은 선수로 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시티)와 손흥민을 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