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9일, 이대호(39)는 롯데 자이언츠와 FA(자유계약선수) 협상 진통 끝에 2년 총액 26억원에 사인했다. 이 계약에는 연간 1억원씩 우승 옵션이 포함됐다. 그는 "2년 내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뒤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우승 시 받는 1억원은 지역 불우이웃을 위해 100% 기부하겠다"며 "팀의 우승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사흘 뒤인 2월 1일 스프링캠프 첫날 인터뷰에서 이대호는 '우승'이라는 단어만 12차례 언급했다. 2001년 롯데에 입단해 타격 7관왕 등 최정상에 올랐던 그였지만, 롯데에서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프로야구 원년 구단 롯데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우승은 1992년이었다. 10개 팀 중 우승을 못 한 지 가장 오래됐다.
이대호가 현역 최고령 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뛰는 내년 시즌에도 크게 다르진 않을 전망이다. 8위(65승 71패 8무)에 그친 올 시즌과 비교해 여태껏 뚜렷한 전력 보강은 이뤄지지 않았다. 냉정히 말해 2022년 우승을 다툴 전력은 아니다. 구단의 시선도 비슷해 보인다. 지난 17일 서튼 감독과 2023년까지 1년 연장 계약을 발표하면서 롯데 구단은 계약 이유에 대해 "서튼 감독의 체계적인 경기 운영과 육성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볼 때 팀의 체질 개선을 완성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022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물음표투성이인 포지션이 많다.
먼저 외국인 선수 3명의 얼굴이 모두 바뀌었다. 보류 선수 명단에 포함된 댄 스트레일리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재진출 의지 속에 팀을 떠났고, 앤더슨 프랑코(투수)·딕슨 마차도(내야수)와 재계약은 포기했다. 외국인 선수 교체로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리스크도 존재한다. 스트레일리는 2년 동안 25승을 거둔 '효자 투수'였고, 마차도는 공격은 기대에 못 미쳤으나 수비력은 팀의 오랜 약점을 메웠다.
특히 확실한 선발 투수 자원이 박세웅밖에 없어 새 외국인 투수 찰리 반스와 글렌 스파크먼의 활약이 중요하다. 새 외국인 선수의 성공 여부는 기량 못지않게 한국 무대 적응력에 달려 있다. 새 외국인들의 적응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2018년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로 떠난 이후 롯데는 여전히 '안방 고민'을 안고 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 FA 포수가 많았지만, 롯데는 데려오지 않았다. 결국 내년 시즌에도 주전 포수는 안중열과 지시완 체제가 유력하다. 둘 다 공격과 수비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타 팀에 비하면 안방이 약해 보인다.
롯데는 내년 시즌 부산 사직구장 그라운드를 확장한다. 외야 펜스를 기존 4.8m에서 6m로 더 높이고, 홈플레이트를 백스톱 쪽으로 이동시킨다. 타자 친화 구장에서 투수 친화 구장으로 변모하면서 외야수의 수비가 더 중요해졌다.
수비력을 갖춘 DJ 피터스를 새 외야수로 맞았으나 불안 요소가 발생했다. 민병헌이 은퇴하고, 손아섭은 NC 다이노스로 떠났다. 손아섭이 수비력은 다소 약하지만, 역대 개인 통산 타율 3위(0.324)에 오를 정도로 공격력이 뛰어나다. 롯데는 김재유와 추재현, 신용수 등으로 손아섭의 공백을 메울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은 올 시즌 많은 경험을 쌓았음에도 1군 출장 기록이 각 195경기·109경기·93경기에 그친다. 단기간에 손아섭의 빈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지 않다.
마차도가 떠난 유격수의 빈자리는 더 커 보인다. 새 유격수로 후보로는 김민수와 배성근이 떠오른다. 롯데는 지난 몇 년간 내야 불안이 지속돼 마차도를 영입했다. 김민수와 배성근이 수비 물음표를 완벽하게 지워갈지는 미지수다. 내·외야에 신인 유망주가 많이 들어왔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롯데는 이번 스토브리그에 외국인 선수 교체를 제외하면 특별한 전력 보강이나 변화 없이 손아섭의 FA 이적만 발생했다.
또 롯데는 내부 FA 정훈과의 계약 협상을 남겨두고 있다. 정훈은 내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로, 올해 135경기에서 타율 0.292·14홈런·79타점을 기록했다. 4번 타자로 가장 많이 나섰고, 팀 내 타율 4위·홈런과 OPS(0.818)는 3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