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투수 고영표(31), 배제성(26), 소형준(21)은 KT 위즈의 2021년 통합 우승 주역이다. 정규시즌 27승을 합작했고,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에서도 각자 임무를 잘해냈다.
비활동기간을 보내고 있는 세 투수는 2021년 경험을 바탕으로 2022년 각오를 다지고 있다. 남긴 성적과 얻은 교훈이 다른 만큼 멘털을 관리하는 방식도 차이가 있다.
2020년 13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오른 소형준은 2021년 전반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4.85에 그치며 '2년 차 징크스'를 겪었다. 하지만 후반기부터 반등했고, SSG 랜더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과 KS 2차전에서 호투하며 팀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다.
소형준은 신인왕에 오른 후에도 '내가 정말 잘했나'라는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2021년 프로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한 후 "10승 이상 거두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았다"며 달라진 생각을 전했다.
앞으로도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생각이다. 소형준은 "2021년 성적은 비록 기대에 못 미쳤지만, 배운 게 많다. 마음을 비우는 요령이 생겼고, 팀 승리를 위해 공을 던질 때 더 높은 집중력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중요한 경기에 등판하며 돈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을 했다. 나는 2022년에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고영표는 소형준과는 반대로 2021년 퍼포먼스를 잊을 생각이다. 고영표는 2021 정규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리그 선발 투수 중 퀄리티스타트(21번) 출루허용률(1.04) 9이닝당 볼넷(1.46개) 최소 피홈런(9개) 부문 1위에 올랐다. 리그 최고 투수 중 한 명이었다.
고영표는 "나를 향한 평가 기준과 기대가 작년보다 높아졌을 것이다. 솔직히 부담도 있다. 2021시즌도 멘털 기복이 있었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개인 성적보다 팀 승리를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 고영표는 "나도 구원 등판 임무를 맡았을 때, 선발 투수가 1이닝이라도 더 소화해주길 바랐다. 다가올 시즌 '한 이닝이라도 더 버텨내서 불펜진에 휴식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투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풀타임 선발' 4년 차를 앞둔 배제성의 시즌 각오는 예년과 달라진 게 없다. 배제성은 "선수는 항상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다. 현재 리그에서의 내 위치, 지난해 성적을 떠나서 말이다. 추상적인 목표로 들리겠지만, 언젠가는 꼭 (최고의 투수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2018년까지 무명 투수였던 배제성은 2019년부터 KT 선발진 한 축을 맡았다. 최근 3시즌(2019~2021년) 기준으로 국내 투수 중 가장 많은 29승을 기록했다. 묵직한 포심 패스트볼(직구) 구위와 낙차 큰 슬라이더가 주 무기다. 2021시즌은 구위가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제성은 "정규시즌 개막전, KS 1차전 선발 투수로 나설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싶다. 매년 그랬다. 올해도 마찬가지"라고 다시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