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스포츠에이전시 소속으로 이번 겨울 NC 다이노스 이적을 선택한 박건우. NC 제공 뜨겁게 타올랐던 2022년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최대 승자는 리코스포츠에이전시(리코)였다.
이예랑 대표가 이끄는 리코는 이번 겨울 선수 5명의 FA 계약에 관여했다. 박건우(32·NC 다이노스)와 김재환(34·두산 베어스) 김현수(34·LG 트윈스) 백정현(35·삼성 라이온즈) 박병호(36·KT 위즈) 계약에 모두 대리인을 맡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5명의 계약 총액이 무려 398억원으로 FA 시장에 풀린 971억원(정훈 미계약)의 41%를 차지했다.
'리코발 태풍'은 FA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리코가 FA 최대어 나성범(33·KIA 타이거즈)을 뺀 '외야수 빅3' 박건우·김재환·김현수 계약에 관여하는 만큼 시장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이목이 쏠렸다. 리코는 12월 14일 박건우의 NC 이적을 성사시켜 시장을 달궜다. 박건우는 6년, 최대 100억원을 받아내 양의지(현 NC) 이후 3년 만에 FA 100억원 시대를 열었다. 공교롭게도 2018년 12월 양의지의 4년, 총액 125억원 계약을 이끈 당사자도 리코의 이예랑 대표였다.
박건우 계약은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흘 뒤 김재환과 김현수의 FA 잔류 계약이 3시간 차이로 발표됐다. 김재환은 4년, 총액 115억원이었고 김현수는 6년, 최대 115억원이었다. 김현수의 계약은 4년, 총액 90억원이지만 추가 2년 옵션을 붙여 김재환과 같은 금액을 만들어냈다. 리코는 백정현의 4년, 최대 38억원 삼성 잔류 계약까지 따내 승승장구했다. 백정현은 올 시즌 국내 선발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1위였지만 데뷔 후 규정이닝 소화가 두 번밖에 없었다. 30대 중반의 나이를 고려해 4년 계약은 힘들 거라는 시장의 평가를 뒤집고 4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따냈다.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KT 위즈 이적을 선택한 박병호(왼쪽). KT 제공 FA 시장의 대미를 장식한 것도 리코였다. 리코의 메인 고객인 박병호는 지난달 29일 KT와 3년, 최대 30억원에 계약하며 키움을 떠났다. 만만치 않은 이적 보상금(22억5000만원) 때문에 이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과감하게 움직였다. 박병호의 계약을 끝으로 리코의 2022년 FA 협상을 마무리됐다. 5건의 계약으로 받을 수 있는 리코의 계약 수수료(계약당 최대 5%)는 최대 20억원 안팎이다. 선수마다 수수료를 달리 책정했어도 최소 수억 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리코는 대리인 시장의 최대 대항마였던 갤럭시아SM이 프로야구 시장에서 철수한 뒤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이정후(키움), 양의지를 비롯해 갤럭시아 SM이 관리하던 메인급 선수들을 고객으로 영입, 시장의 판을 키웠다. 구단들은 벌써 1년 뒤를 걱정하고 있다. 2022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른다면 리코의 2023년 FA 고객은 양의지·심창민·노진혁·이재학(이상 NC) 이재원(SSG 랜더스) 한현희(키움) 서건창(LG) 등 10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1년 뒤 FA 시장에선 리코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워낙 선수가 많지 않나. FA 시장의 분위기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