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 공개된 지난해 12월) 24일, 25일까지도 제정신이 아닌 채 보냈어요. 역시 제작은 어렵네요”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제작자 정우성은 4일 온라인 언론 인터뷰에서 “배우로 작품을 볼 때보다, 제작자로 볼 때는 더 많은 반응을 지켜봐야 하더라”며 “한국 콘텐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시선을 받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반짝반짝함' 살리려 넷플릭스… 부족한 점 끊임없이 되새겨"
데뷔 29년차 베테랑 배우지만, 제작은 지난 2016년 ‘나를 잊지 말아요’ 이후 두 번째, 넷플릭스와는 첫 번째 협업이다. 2014년 최항용 감독의 단편 ‘고요의 바다’를 보고 ‘반짝반짝함’에 끌려 제작하게 됐다는 정우성은 “처음엔 한국 영화 투자사들과 얘기하다가, 그 과정에서 ‘작품이 갖고 있는 생명력이 훼손되면, 이 세계관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며 “해외 영화 투자배급사를 알아보려 눈을 돌리던 중 마침 넷플릭스와 함께 하게 됐다”고 전했다.
‘고요의 바다’는 4일 현재 글로벌 콘텐트 평점 사이트 IMDb 평점 7점, 로튼토마토 지수 100%, 글로벌 순위 5위(플릭스패트롤)를 기록하고 있다. "신선한 아이디어"라는 호평과 "진부하고 오류가 많다"는 혹평이 공존한다. 정우성은 “예상했던 반응이고, ‘당연한 반응이야’ 싶다가도 ‘왜 저렇게 봤을까, 전달이 부족했던 부분이 뭘까’를 끊임없이 되새기고 있다”며 “여러 평가를 냉정하게 듣고, 제작자로서 놓친 부분은 뭔지 스스로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편을 장편으로, 다시 8편 시리즈로 늘리면서 ‘반짝반짝한’ 부분 외에 다른 부분도 보강해야 했다”며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반짝반짝했나?’ 스스로 물음도 있긴 하다”고 복기했다.
"배두나는 자기의 무게추를 잘 들었다 놨다 하는 사람"
정우성은 현장을 매일 챙겼다. 주연인 배두나가 “현장에 이렇게 매일 나오는 제작자는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단다. 정우성은 “세트 촬영이 늘어나면서 간단한 한 컷을 찍는 데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았다”며 “제가 오랫동안 현장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동선 등 현장 판단이라도 같이 해야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배두나와 공유를 알게 된 게 큰 소득”이라면서도 막상 현장에서는 “제작자로서 단순한 의견 교환 한 마디도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아, (그들과)말 한마디 섞기도 조심했다”고 했다. 그는 "배두나는 감정이 무거운 씬을 찍는 날은 차에서 내리면서부터 벌써 그에 맞춰 표정을 짓고 유지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의 무게를 덜어내, 자기의 무게추를 들었다 놨다 잘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고 했다. “공유는 늘 배두나가 연기한 송지안보다 반 발짝 뒤, 대장으로서 현장을 감싸는 분위기를 잘 조절하더라"며 극찬했다.
'오징어 게임' 기준엔 "가혹해요"
'정우성은 ”젊은 시절부터 연출의 꿈은 있었지만 제작자가 된 건 우연“이라며 “제작을 하며 오히려 ‘배우 정우성’을 돌아보게 됐다. '이 영화를 통해서 세상에서 뭘 추구하는 거지?'란 생각도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와 OTT 플랫폼의 성장세가 맞물리며 변화하는 콘텐트 환경에 대해선 “원래 있던 흐름을 코로나19가 앞당긴 것뿐”이라며 “이전엔 (배급에)시간이 오래 걸리고 나라별로 시차가 났던 것과 비교해 전 세계가 동시에 작품을 보게 요즘 상황은 콘텐트를 만드는 사람에겐 즐겁고 벅찬 일이면서 책임감이 크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이 흥행 기준점처럼 돼버린 데 대해서는 "가혹하다, 그 기준을 빨리 빼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오징어 게임'처럼 전 세계적인 돌풍, 사회적인 현상을 만들어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몇 개 없다"며 "누가 의도해서 만들 수 없는 아주 우연한 현상이고, 그 기준에만 맞춰서 작품을 보면, 오히려 작품 고유의 재미나 메시지는 놓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요의 바다’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 여지를 남겨뒀다. "공개 직후에는 시즌2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면서도 “지금은 ‘만약에 요청이 온다면 더 잘해야지, 잘하기 위해선 뭘 더 충족시킬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