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색깔에 연연하지 않는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태극전사들의 목표는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5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대회 G-30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주요 종목 대표 선수들이 참석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회를 향한 각오를 전했다.
한국은 6개 종목에서 60여 명이 선수가 출전할 예정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에서 종합 7위(금 5개·은 8개·동 4개)에 오른 2018 평창 대회 때보다 목표를 낮게 잡았다. 이기흥 회장은 "금메달은 1~2개"라고 했다.
선수 대부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열린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간판선수 심석희의 동료 욕설 및 비하 논란으로 자격정지 징계(2개월)를 받은 쇼트트랙은 전력이 저하됐을 뿐 아니라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곽윤기는 "코로나 시국 속에서 치러진 (하계) 도쿄올림픽을 보며 '안 좋은 상황에서도 국민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은 오로지 훈련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홍으로 우려를 받는 시선에 대해서는 "대표팀 젊은 선수들은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한다.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훈련에 몰입하더라"라고 전했다.
차세대 여자 쇼트트랙 간판으로 기대받는 이유빈은 "지난해 국제대회를 치르지 못했지만, 올겨울 1~4차 월드컵을 통해 경기 감각이 전체적으로 올라오고 있다"며 각자 세운 목표를 향해 흔들지 않고 나아간다면 더 많은 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대표 김보름도 "외부에서 설정한 목표는 선수에게 큰 의미가 없다. 누구나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뛴다. '금메달을 따겠다'는 막연한 생각보다 '내가 흘린 땀만큼 기량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보름은 평창 대회에서 아픔을 겪었다. 여자 팀 추월 8강전에서 팀 동료 노선영이 멀찍이 뒤처진 상태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빙상경기연맹 특별감사 보고서를 발표하며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래도 비난 여론은 여전했다. 김보름은 한동안 스케이트를 신지 못할 만큼 방황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섰고, 개인 세 번째 올림픽에 도전한다. 평창 대회에서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획득한 그는 "현재 외국 선수들의 기량이 2~3년 전보다 향상된 것 같다.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남은 한 달 동안 잘 준비한다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전했다.
평창 대회에서 여자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하며 컬링 열풍을 일으킨 '팀 킴(강릉시청)'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리드 김선영은 "오히려 (메달 전망이 어두워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고 한 경기씩 치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팀 킴'은 평창 대회 이후 지도자들에게 갑질을 받아왔다고 폭로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소속팀을 찾지 못해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올림픽 자격대회(OQE)에서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김선영은 "여러 일을 겪으며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준비한 만큼 베이징 대회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