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콘테(53·이탈리아)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조제 모리뉴(AS로마), 위르겐 클롭(리버풀) 등과 함께 세계적인 명장으로 꼽힌다. 시즌 도중인 지난해 11월 토트넘 감독을 맡으면서 손흥민(30)과도 인연을 맺게 됐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토트넘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8경기 연속 무패(5승3무)를 기록 중이다. 6일 리그컵 4강 1차전에서는 첼시에 0-2로 졌지만, 코로나19 집단 감염 여파에도 각종 대회에서 7승3무2패로 선전 중이다. JTBC ‘비정상 회담’에 출연했던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몬디(38)가 콘테 감독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알베르토는 콘테의 오랜 팬이다. 21세까지 세리에D(4부리그)에서 축구 선수로 뛴 경험도 있다.
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이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까지 3대가 유벤투스 팬이다. 열두살 때 관중석에서 콘테를 본 적이 있다. 유벤투스에서 수비를 잘하면서도 멋진 골을 많이 넣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들은 콘테를 ‘노동자 미드필더’라 불렀다. 지네딘 지단(프랑스)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열정적으로 많이 뛰고 싸우면서 동료에게 파이팅을 불어 넣었다. 선수 시절부터 ‘그라운드 위의 감독’이라 부를 만했다.
콘테는 감독이 되고 나서도 터치라인에 서서 쉬지 않고 고함을 지른다. 유로2016 8강전에선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을 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러 스페인 선수들을 정신없게 만들었다. 콘테의 리액션을 쫓는 ‘직캠’이 등장할 정도다. 축구팬 사이에는 ‘손흥민보다 콘테가 더 많이 뛴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손흥민도 “콘테 감독님은 절대 앉지 않는다. 체력이 떨어졌을 때 사이드라인에서 뛰어다니는 감독님을 보면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콘테의 별명은 ‘해머(il martello)’다. 망치로 끊임없이 못을 내려치듯, 선수들을 혹독하게 단련시킨다 해서 붙은 별명이다. “입에서 피가 나올 때까지 뛰어야 한다”고 말한 게 카메라 오디오에 잡혀 이탈리아에서도 화제가 됐다. 보수적이고 엄격했던 지오반니 트라파토니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 선수들은 콘테 감독 밑에서 고생할 거다. 그는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 올리려고, 쉼 없이 독려한다. 아마도 둘 중 하나일 거다. 선수들이 미치거나, 우승하거나. 콘테는 과르디올라나 클롭처럼 전술적으로 완벽한 플레이를 만드는 감독은 아니다. 하지만 콘테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감독이다. 2011년 유벤투스를 맡아 세리에A 3연패를 이끌었다. 직전 시즌 프리미어리그 10위였던 첼시(잉글랜드)를 2016년 맡자마자 정상에 올려놓았다. 나는 토트넘이 콘테를 잘 데려왔다고 생각한다. 지금 토트넘에 필요한 건 ‘이길 줄 아는 감독’ ‘결과를 만들어내는 감독’이다.
스리백을 추구하는 콘테 감독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무기는 윙백이다. 유벤투스의 슈테판 리히슈타이너가 그랬듯, 콘테 밑에서 윙백은 한 경기에서 적어도 일백번은 왔다 갔다 해야 한다. 토트넘 왼쪽 윙백 세르히오 레길론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죽을 것 같다”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콘테 감독은 천천히 빌드업(공격 전개)하기보다는 후방과 중원에서 공을 빠르게 최전방으로 전하되는 걸 선호한다. 콘테는 힘이 센 스트라이커, 또 한 명의 빠르고 많이 움직이는 공격수를 중용한다. 과거 유벤투스의 페르난도 요렌테와 카를로스 테베스, 인테르 밀란의 로멜로 루카쿠와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처럼. 옆에 빠른 선수가 골 넣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전술 하에선 손흥민 같은 선수에게 득점 찬스가 많이 생긴다.
콘테는 ‘두 아내 사이에서 잠드는 남자’라고 불린다. 인생의 절반은 아내, 또 다른 절반은 축구다. 은퇴한 뒤 네덜란드 AZ알크마르 루이스 판할 감독의 전술 훈련을 몰래 엿보다가 쫓겨난 적도 있다. 상대 팀과 언론 등 외부에 우는 소리를 자주 해서 ‘울보(Piagnone)’라고도 불리는데 이런 행동은 사실 팀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전략이다. 많은 분이 콘테의 선수 시절 사진을 보고 탈모 여부를 묻는데 머리카락을 심은 게 맞다. 상대 팀이 ‘파루키노’(작은 가발이라는 뜻) 이라며 놀린 적도 있다.
냉정하게 봐서 토트넘의 현재 스쿼드는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보다 약하다. 콘테와 함께 유벤투스 전성기를 이끈 파비오 파라티치 단장도 토트넘에 함께 왔다. 파라티치 단장은 세리에A 팀에 정통한 데다 이탈리아 에이전트와 친하기 때문에 자기만의 영입 전략이 있을 거다.
콘테 감독은 6일 열린 첼시와의 리그컵 4강 1차전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이날은 첼시에 0-2로 졌는데 아마 토트넘 스쿼드 분석을 마친 뒤 이적 시장에서 새로운 선수의 영입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콘테는 구단주가 선수를 안 사주면 그만둘지도 모르는 감독이다.
스테판 더 프레이(인테르 밀란), 프랑크 케시에(AC밀란), 아다마 트라오레(울버햄튼) 등의 토트넘 이적설이 돌던데 개인적으로는 아탈란타의 로빈 고젠스, 요하킴 메흘레, AC밀란의 테오 에르난데스가 좋은 선수 같다. 참,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 단장과 친분이 있는데 지난해 여름쯤 “내가 엄청 좋아하는 한국 선수가 있다. 김민재라고 아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유벤투스와 AS로마 등 이탈리아 팀들도 김민재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살다 보면 게임에 질 것 같으면 참가 자체를 안 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콘테가 그렇다. 리그 3, 4등 하러 토트넘에 간 건 아닐 거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하고 싶어한다. 콘테는 경기에서 지면 기자회견장에서 표정이 너무 안 좋고 기자와 다투기도 한다. 한마디로 ‘미친 승부욕’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토트넘의 리그 우승은 1961년이 마지막이고, 최근 우승은 2008년 리그컵이다. 콘테가 언젠가는 토트넘의 한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