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시장이 연간 음반 판매량 5000만장을 넘기며 유례없는 대호황이다. 이 호황에 함박웃음을 짓는 이들은 이른바 빅4로 불리는 대형 기획사들이다.
가온차트가 분석한 지난해 국내 음반 판매량(상위 400개 기준)은 5708만9160장을 기록했다. 5년 전(1080만8921장)보다 428% 늘어 5.28배로 급증했다.
이 중 하이브(빅히트뮤직 한정),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의 판매량 비중은 58.8%에서 60.9%로 2.1%p 증가했다. K팝 음반 시장이 5배 이상 확대됐고 대형 4개 기획사의 비중도 더욱 커진 것이다.
지난해 판매량을 기획사별로 살펴보면 SM엔터테인먼트가 1683만1219장(29.5%)으로 가장 많았다. NCT, NCT 127, NCT 드림이 큰 인기를 누렸다. 이어 방탄소년단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활약한 하이브가 945만2317장(16.6%)을 기록했다. 지난해 스트레이 키즈가 창사 이래 첫 밀리언셀러에 오른 JYP엔터테인먼트는 583만8140장(10.2%), 블랙핑크 리사의 솔로 음반으로 성공을 거둔 YG엔터테인먼트는 261만3767장(4.6%)으로 각각 집계됐다.
가온차트 연간 음반 판매량 상위 20위권을 살펴보면 1위 방탄소년단 ‘버터’(299만9407장)를 비롯해 2위 NCT 127 ‘스티커’(242만7559장), 3위 NCT 드림 ‘맛’(209만7185장) 등 빅4 소속 아이돌이 무려 16개로 휩쓸다시피 했다.
나머지 순위 4개 중 4위와 6위의 세븐틴과 9위 엔하이픈이 하이브 레이블 산하임을 고려할 때, 빅4가 아닌 아티스트로 상위 20위권에 안착한 음반은 18위 에이티즈의 ‘제로_피버 파트 3’(73만7124장)가 유일했다.
방탄소년단과 NCT를 필두로 한 빅4 아이돌의 선전이 K팝 음반 시장 확대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K팝 시장 확대에 따라 중소 기획사도 덩달아 호황을 맞는 ‘낙수효과’는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다.
일각에서는 4대 대형 기획사 외에도 에이티즈나 더보이즈 등 해외 인기를 등에 업고 성장세가 눈에 띄었던 일부 팀들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에이티즈는 2020년 ‘제로_피버 파트 1’의 매출이 37만9052장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판매량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더보이즈 역시 2020년 다섯 번째 미니음반 ‘체이즈’가 36만8911장 팔려 연간 26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여섯 번째 미니음반 ‘스릴링’이 2배 가까운 64만2992장 판매돼 연간 21위를 기록했다. 더보이즈 역시 첫 주 판매량이 ‘체이즈’ 21만2000여장에서 ‘스릴링’ 52만3000여장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에이티즈의 소속사 KQ엔터테인먼트 측은 “아티스트의 꾸준한 역량 계발, 회사의 아낌없는 지원, 오랜 기간 만나지 못했는데도 변함없이 뜨거운 성원을 보내준 글로벌 팬 여러분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가온차트는 빅4 기획사가 가진 아티스트의 역량으로 앞으로도 이들이 60% 정도 점유하고 나머지가 40%를 가져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가온차트 측은 “과거에는 빅4가 시장을 이끌어가는 ‘후광효과’가 있었는데, 지난해에는 중소 기획사 아이돌까지 각자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해나가는 단계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