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윤기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에서 가장 바쁜 선수다. 개인 훈련과 컨디션 조절만으로 벅찬 시기. 그는 지난 1일에는 선수단 대표로 합동 차례에 참석했다. 오는 4일 열리는 개막식에는 쇼트트랙 동료 김아랑과 선수단 기수로 나선다.
2일 베이징 캐피탈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쇼트트랙 대표팀의 훈련을 마치고 만난 곽윤기는 취재진과의 대화 중 한 가지 고민을 전했다. 중국 입국을 앞두고 분홍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 때문이다. 곽윤기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올림픽 첫 출전이었던 2010 밴쿠버 대회에서는 붉은색으로 염색했다. 내 의지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곽윤기의 헤어스타일은 연예인보다 더 화려하다. 한국 선수단을 대표로 나서는 개막식에서 대회 선전을 향한 자신의 의지가 곡해될 것을 우려했다. 다양한 시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곽윤기는 "몇몇 분들은 체육회가 (분홍색 헤어스타일을 허락하며) 변했다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고,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이 고민을 체육회 관계자에게 말했더니 두 반이 다 나올 수 있다며 나와 같은 생각을 전하더라. 털모자를 써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파격적인 색깔이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철없는 행동으로 볼 순 없다. 곽윤기는 현재 쇼트트랙 대표팀의 멘털 기둥이다. 20대 초반 젊은 후배들의 문화는 잘 알지 못하지만, 누구보다 공감을 끌어내는 말과 행동을 보여준다.
대표팀은 동료 험담과 고의 출동 의혹을 받고 있는 심석희 논란이 수면 위에 드러난 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는 풍문에 휩싸였다. 곽윤기는 후배들을 독려했다. 2일 훈련이 끝난 후에는 함께 사진을 찍으며 분이기를 띄웠다.
곽윤기는 "베이징 대회는 개인 세 번째 올림픽이다. 이전에는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고, 흔한 사진 한장 남기지 못했다. 놓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후배들은 나와 달랐으면 하는 바람에 사진을 찍었다"라고 말했다.
의젓한 '맏형' 곽윤기가 철이 없다며 오해받을 상황. 한 취재진은 "모자를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국 쇼트트랙의 선전을 기원하는 스포츠팬도 같은 생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