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간판타자였던 박병호가 이번 겨울 KT 위즈로 이적했다. 박병호의 공백을 채울 첫째 대안은 프로 8년 차 김웅빈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1루수 후보로) 김웅빈을 1순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웅빈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과감하게 나를 선택해주셨으니까 보답하겠다. 감독님이 웃을 수 있게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전했다. 울산공고를 졸업한 김웅빈은 만년 유망주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지명될 때만 하더라도 거포형 3루수로 기대가 컸다. '제2의 최정'이라는 평가까지 들었다.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키움은 2015년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김웅빈을 영입했다. 그리고 2016년 곧바로 1군에 데뷔, 10경기 타율 0.429(14타수 6안타)로 임팩트를 보여줬다. 2017년에는 1군 백업으로 감초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확실한 '내 자리'가 없었다. 내야 전 포지션을 돌며 빈자리를 채우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2019년 9월 상무야구단에서 전역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 개인 한 시즌 최고 성적(타율 0.275 8홈런 31타점)을 거뒀지만, 여전히 주전이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타율과 장타율 등이 하락했다. 볼넷은 늘었지만, 장기인 홈런까지 줄었다.
김웅빈은 "내가 못한 거다. 누구나 경기를 많이 뛰고 싶어하는데 그 판단을 하는 건 감독님"이라며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셨던 것 같다. 올해는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신다고 하셨으니까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 시즌 부진에 대해 "그동안 과감하게 타격해 볼넷이 적었는데, (볼넷을 생각해) 좋아하는 코스의 공을 안 치고 기다리다 보니 (타율이) 떨어졌다. (생각을) 잘못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김웅빈에게 1루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 2020시즌 1루수로 44경기나 선발 출전했다. 381과 3분의 1이닝으로 400이닝 가까이 소화하면서 수비율 0.992(실책 3개)를 기록했다. 그는 "적응에 큰 어려움은 없다. (1루수는) 다른 야수들의 송구를 잘 잡아줘야 하는 만큼 박병호 선배만큼은 아니더라도 야수들에게 편안함을 주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스트 박병호'라는 부담은 내려놨다. 김웅빈은 "작년보다 운동을 빨리 시작했다. 몸도 그렇고 여러 가지 부분에서 느낌이 더 좋다"며 "지금까지 팀에서 기대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는데 올해는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키움 타선의 변화가 크다. 박병호가 떠났고 새 외국인 타자로 야시엘 푸이그가 영입됐다. 김웅빈이 중심 타선에 안착할 수 있느냐가 2022시즌 팀 성적을 좌우할 포인트 중 하나다. 그는 "키움은 야구를 신나고 재밌게 하는 팀이다. (김)혜성이나 (이)정후처럼 어리지만,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많다. 나도 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