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이자 베이징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기수를 맡은 곽윤기(33)가 특별했던 개막식을 돌아봤다.
곽윤기는 지난 4일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대표팀 동료 김아랑과 함께 기수로 나섰다. 중국은 한복을 자국 문화인 것처럼 왜곡해 국민의 분노를 샀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선수단 얼굴을 맡은 곽윤기는 당당한 표정과 발걸음으로 맡은 임무를 잘해냈다.
곽윤기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앞서 출전한 2010 밴쿠버, 2018 평창 올림픽보다 여유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좋은 기운을 후배들에게 주고, 추억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개인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지만, 개막식 참여는 처음이었다고. 낯선 경험은 그에게 활력소가 됐다. 5일 쇼트트랙 대표팀의 훈련을 마치고 곽윤기를 만났다.
- 개회식 기수로 나섰다. "밴쿠버 올림픽 때까지는 기수라는 자리가 그토록 영광스러운 자리인지 몰랐다. 이번 경험은 특별하다.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만이 영광을 누리는 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꾸준히 내 할 일에 매진하다 보니 기수로 설 기회가 왔다."
- 현장에서 느낀 개막전 분위기는. "개인적으로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인데, 개막식 참가는 처음이다. 다른 쇼트트랙 선수들에게 권하고 싶다. 스케줄이 빠듯해도 개막식에 참가하는 게 좋을 것 같더라. 쇼트트랙은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빨리 격전지에 입성한다. 그래서 (대회에 대한) 스트레스를 일찍 받는 편이다. 나는 개막식 다녀오니 스트레스가 사라지더라. 직장인들이 휴가를 갔다 오는 느낌이 아닐까. 외국 선수들이 올림픽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서 보니까, '대회를 즐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 분홍색 머리가 논란이 될까 봐 털모자를 쓸 생각도 했다. 그대로 나섰다. "팬분들이 그 머리를 원하셨다. 나도 걱정했다. 핑크색 머리로 나서면,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그 많은 인파 속에서 나를 잘 찾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정리가 빨리 되더라. '부정적인 시선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그래도 내려놓으니까 편하더라."
- 특별한 퍼포먼스를 했나. "역대 한국 기수분들은 대체로 점잖았다. 하지만 앞에 입장한 나라 선수들 보니, 탈의도 하고, 깃발을 주고받고, 포르투갈 선수들은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세리머니를 하더라. 기수들도 즐기더라. 그래서 '즐겨보자'라고 생각했고 김아랑 선수들한테 얘기해서 깃발도 더 흔들어보고, 발도 굴러봤다."
- 5일 혼성 계주 메달 결정전이 있다. 결전 앞둔 후배들에게 한 마디를 전한다면. "지금(현지 시간 오후 3시 10분 기준) 가서 하겠다. 함께 소리 한 번 지르겠다."
- 언젠가 한국이 다시 한번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전제로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고 싶은 마음은. "봉송까지 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쇼트트랙에 대한 애정을 끝없이 품고 간다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 같다. 기수도 상상하지 못했던 자리다. (쇼트트랙에 대한) 사랑을 갖고 묵묵히 내가 갈 길을 걸으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