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KBO리그로 돌아온 추신수(40·SSG 랜더스)가 입국 후 격리 절차를 마치고 본격적인 훈련 일정에 들어간다.
추신수는 훈련 합류를 앞둔 12일 인천 오라카이송도파크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는 지난해 KBO리그에서 첫 시즌을 타율 0.265 출루율 0.409 21홈런 25도루로 마쳤다. 팔꿈치 부상으로 현역 메이저리거라는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나이가 무색한 활약으로 팀 타선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했다. 후배들의 조언자는 물론 야구장 밖 선행까지 적극적이었다. 그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1년으로 그치지 않았다. 시즌 종료 후 SSG와 1년 재계약을 발표한 후 미국에서 수술을 받으며 2022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재활이 끝나지 않은 만큼 올 시즌은 지명타자로 출발할 예정이다. 훈련 역시 강화에서 타격 훈련을 시작으로 한 단계씩 높여가면서 개막전에 맞춰 몸을 만들 계획이다. 다음은 추신수와 일문일답.
-몸 상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좋다. 작년에도 격리했던 경험(2주)이 있어서 올해는 1주일이 금방 지나가더라. 구단에서도 준비를 잘해주셨다. 아파트라 제한은 있지만 거주하는 곳에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운동, 재활, 팔 운동은 거르지 않고 했다.
-현재 재활 단계는. 수술 3개월 후인 2월 15일이 되면 스윙할 수 있다. 11월 말, 12월부터 스윙을 시작하는 게 기본적인 겨울 오프시즌 스케줄인데 많이 늦긴 했다. 공 던지는 건 3월 둘째주부터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개막전에 뛸 수 있게끔 맞추는 게 제일 큰 목표다. 수술할 당시만 해도 개막전에는 뛰는 게 힘들다고 의료진이 얘기했었다. 그런데 '재활 속도도 빠르고 결과도 좋아서 가능할 것 같다'는 소견을 받고 한국에 왔다.
-한국에서 1년 더 뛰기로 하고 미국으로 떠날 때도, 돌아와 격리할 때도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처음 SSG에 왔을 때 1년만 생각하고 왔지만, 1년 동안 뛰다 보니까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한국 야구에 도움될 게 없을까 생각했다. 후배들에게 환경 등 부분에서 야구를 잘할 수 있게끔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새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1년 더 하게 됐다. 물론 (더 뛰고 싶게 만든) 아쉬운 점도 있었다. 팀 성적, 개인 성적. 모든 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SSG에 이반 노바가 오고 키움에 야시엘 푸이그도 왔다. 그 선수들에 대해 KBO리그 선배로서 해줄 이야기가 있을까. 노바를 상대했던 기억이 있다. 공에 무브먼트가 굉장히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파워형 투수는 아니지만 제구력이 좋고 항상 긴 이닝 던졌던 투수다. 점수를 주면서도 항상 책임져야할 이닝을 던져준 선수다. 푸이그는 두 말할 필요 없는 선수다. 같은 시기에 뛰어봤지만 운동 재능, 야구 재능은 지금까지 (한국에) 온 선수 중에 최고가 아닐까.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어는 곳이든 그 나라만의 문화가 있고 룰이 있다. 그런 부분만 잘 지켜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오랫동안 좋은 기록을 남긴 선수라 한국 야구를 밑으로 볼 수도 있다. 아마 메이저리그 출신 중에 성공한 케이스와 그렇지 못한 케이스의 차이는 그런 마음가짐에서 있는 것 같다. 푸이그도 "난 미국에서 잘 했으니까"하고 (한국야구를) 낮춰보는 생각만 없다면 어마어마한 성적 낼 선수라고 생각한다. 키움 선수들뿐 아니라 여러 팀의 선수들이 보고 배울 점이 많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개막까지 남은 훈련 일정은? 14일 강화에 가서 인사 정도 하고. 연습할 수 있는 준비 정도만 한다. 15일부터 스윙하고 티배팅을 치려고 한다. 1군 캠프 합류 일정은 강화에서 훈련해보고 결정하겠다. 기본 운동은 매일 하지만, 하루 스윙하고 하루 쉬는 스케줄이라 바로 제주도를 가도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세 번 정도 하면 일주일이 지나는데, 괜찮으면 그때 제주도로 가려고 한다. 강화도는 처음이다. 개인적으로는 2군 선수들도 한 번 만나보고 싶고 이야기도 해보고 싶다. 어릴 때 느끼길 누군가의 말 한 마디가 큰 힘이 되거나, 그 덕분에 하고 있는 일에 변화가 빨라질 때가 있다. 나도 고 조성옥 부산고 감독님, 미국에서 여러 타격 코치님들, 신시내티 레즈 더스티 베이커 감독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그래디 사이즈모어 선수가 있었다. 특히 사이즈모어의 야구를 보면서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려면 어떻게 준비하고 운동장에서 열정적으로 뛰는 모습을 배웠다. 2군 선수들도 저희 다 가족들이다. 이 선수들이 잘해야 SSG가 우승한다. 개막전 엔트리 25명만 가지고는 우승할 수 없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2군 선수들이 잘해줘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1군을 오가는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한번도 기회 못 얻었던 선수들은 얼굴도 모른다. 가서 얼굴도 보고 같이 훈련도 하면서 도움이 되고 싶다.
-외야 수비 준비 계획은 어떻게 될까. 미국에서 가지고 온 스케줄대로면 한 6월 초에는 공 던지는 훈련 프로그램이 끝난다. 큰 문제가 없다면 6월 초~중순부터는 가능할 것 같다, 수비 연습은 꾸준히 해야겠다. 팔이 괜찮아질 때 당장 수비로 나갈 수 있게 준비해놔야 한다.
-올해 아프지 않고 수비까지 다 잘해서 내년에도 뛰게 될까.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야구를 놓아주기에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야구를 너무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이별이지 않나. 아직까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선뜻 그만두는 것도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렇다고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내년에 하겠다고 미리 얘기할 수도 없다. 열정이 아직까진 식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 먹을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다. 그만둘 때가 다가와서 그런걸까.
-SSG 2년 차 시즌을 맞는다. 각오 한 마디 부탁한다. 개인적으로는 큰 부상 없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나이 마흔 살에 수술한다고 많이 걱정하셨다. 야구를 몇살까지 하려고 수술하냐고 하시더라. 내 대답은 한결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게 너무나 행복하다. 아직까지 야구를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아픔 없이 한 시즌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팀으로 본다면 작년은 아픈 선수들이 많아서 정말 힘든 시즌이었다. 그걸 선수들과 감독, 코치님들이 너무 잘해주셔서 마지막까지 포스트시즌 기회를 노릴 수 있었다. 아픈 선수들만 없으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다. 그래서 올해도 기대되는 시즌이다. 코로나19가 빨리 나아져서 많은 팬들 앞에서 야구 하고 싶다. 또 야구가 발전되는데 내가 힘이 되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