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에서 4번은 출발 총성과 함께 선두로 경주를 풀어간다. 아무래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편성과 선수들 간 연대에 따라 초주선행이 이점이 될 수도 있다.
우선 순발력이 좋고 승부욕이 강한 마크형 선수가 초주선행을 배정받을 경우 3착 안에서 선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흐름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가 있고 본인이 마크할 타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행 선수가 완급조절에 익숙한 선수라면 내선을 먼저 선점하고 받아 가기를 노릴 수 있는 4번에게 더욱 유리한 전개가 나올 수 있다.
지난 6일 광명3경주에서 4번 신익희는 5번 김준빈의 선행을 마크한 후 추입 통해 2번 최근식까지 들어오면서 삼쌍승 97.9배를 형성했다. 강급자들은 초주선행을 배정받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연대나 도전 선수들에 의해 초주선행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종합득점이 아무리 높아도 추입형 선수라면 초주선행이 해제되지 않을 수 있다.
인지도 하위의 선행 선수도 타이밍만 잘 잡는다면 추입형 강자를 따돌릴 수 있다. 이런 경주 패턴은 강자가 빠진 일요경주에 잘 나오고 있다. 초주선행을 배정받은 강자를 위협할 수 있는 선행 선수를 중심으로 이변 전략을 세운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지난 11일 광명12경주는 4번 이승철이 득점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3번 황준하의 선행과 2번 전영규의 마크추입 속에 4번은 인정을 받지 못하고 4착으로 등외로 밀려났다.
그렇고 하더라도 초주선행이 언제나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결승전에서 연대 구도가 나올 경우 초주선행인 선수를 포함한 쪽이 경주를 유리하게 풀어갈 수도 있다. 초주선행을 포함한 연대가 대열 앞선을 차지해 타 선수들보다 짧은 동선으로 체력을 덜 소비하며 경주를 풀어갈 수 있다. 지난달 30일 광명특선 결승에 4번 정해민을 중심으로 같은 동서울팀 1번 신은섭, 5번 전원규, 슈퍼특선 7번 정하늘이 함께 올라갔다. 결국 4번 정해민이 우승을 차지했다.
박정우 전문가는 “초주선행은 불리하다. 대열 선두에 있기 때문에 긴 거리 승부가 될 수도 있고 나갈 승부 타이밍을 놓쳐 뒤에서 갑자기 치고 나오는 선수에게 덮이면서 내선에서 고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근 통계는 예외다. ‘죽음의 번호’라는 4번들이 나름 선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광명 5회차 기준 삼쌍승, 쌍복승, 삼복승에서 4번의 연대율은 18%에 달한다. 쌍승 21%, 복승 20%로 다른 번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앞선 입상률이다. 같은 팀 선수 2~3명 중 한 명이 4번을 배정받거나 우승후보의 친분세력이 4번을 배정받는 경우 협력관계가 이뤄지면서 4번이 최고의 명당자리로 부상하고 있다.
박 전문가는 “편성의 전개가 확연히 드러날 경우 내선마크를 노릴 수 있는 마크 선수에게는 초주선행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