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두려웠고, 자신도 믿지 못했다. 하지만 대표팀 동료들의 응원 속에 멘털을 다잡았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국가대표 박지우(24) 얘기다.
박지우는 오는 19일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 출전한다. 그는 지난달 열린 전국남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실업부 종합 1위에 올랐다. 올림픽을 앞두고 좋은 컨디션을 보여준 그는 대표팀 선배 김보름과 함께 이 종목 메달 획득을 노린다.
지난 3일 베이징에 입국한 박지우는 3주째 훈련만 하고 있다. 경기 일정이 대회 막바지에 잡힌 탓에 심신 관리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벌써 귀국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아직 경기를 치르지 못해 아쉽긴 하다. 내가 더 많은 종목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한 탓이다. 19일 경기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매스스타트는 시간이 아닌 점수로 순위를 결정한다. 4·8·12번째 바퀴를 돌 때마다 1~3위 선수에게 각각 5점, 3점, 1점씩 부여한다. 16번째 바퀴이자 결승선을 통과할 때는 1~3위 선수가 각각 60점, 40점, 20점을 얻는다.
4년 전 평창 올림픽에서는 출전 선수 대부분 결승선에서 얻는 점수를 노리기 위해 페이스를 조절한 후 막판에 치고 나섰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초반부터 레이스를 주도하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는 사례가 늘었다. 전략이 중요한 종목. 박지우는 "올 시즌 월드컵을 치르면서 국제대회 경향을 파악했다. (김)보름 언니와 얘기를 나누며 상황에 맞는 전략을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지우는 지난해 여름까지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 그는 "불안감이 컸다. '내가 다시 올림픽에 나가도 될까' 하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다"라고 돌아봤다. 그는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불거진 '왕따 주행' 논란의 당사자다. 팀 추월 8강전에서 팀 선배 노선영이 멀찍이 뒤처진 상황에서 김보름과 함께 결승선을 통과해 '가해자'로 몰렸다. 인터뷰에서 비웃는 듯한 모습을 보인 김보름이 더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박지우도 마음고생이 컸다.
평창 대회 이후 방황하던 박지우를 또래 동료들이 일으켜 세웠다. 박지우는 "지난여름 내내 불안감이 컸다. 4년 전보다 기량이 나아진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재원이, (김)민석이, (김)민선이가 나를 끌어줬다. '한 번은 더 올림픽에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올림픽이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돌아볼 수 있었고, 출전권을 따기 위해 도전했다. 그 친구들이 나에겐 선생님이었다"고 전했다.
김민석은 지난 8일 열린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땄다. 여자 500m를 치른 김민선도 올림픽 개인 최고 순위(7위)를 남겼다. 동료들의 성과를 진심으로 기뻐한 박지우는 "(정)재원이도 남자 매스스타트를 남겨 두고 싶다. 내 운까지 다 주고 싶다. 그만큼 동료들이 고맙다. 개인 목표는 레이스를 마친 뒤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올림픽 출전만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