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쇼트트랙 계주 대표팀이 12년 만에 메달을 획득했다. 리더 곽윤기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곽윤기, 황대헌, 이준서, 박장혁이 나선 한국은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탈인도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파이널A에서 6분41초679를 기록 캐나다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은메달 획득. 남자 계주는 2014년 밴쿠버, 2018년 평창 대회에서는 '노메달'에 그쳤다. 리더 곽윤기를 필두로 팀워크를 발휘하며 쾌거를 이뤘다.
깔끔한 스타트로 1위로 올라선 한국은 이어 나선 주자 3명이 모두 임무를 다하며 1위를 지켰다. 20바퀴 진입 전까지도 1위를 지켰다. 곽윤기는 베테랑답게 후속 주자를 가드 하면서도 리드를 지켜냈다. 주자 교대 구간에서도 매끄러운 터치가 이뤄졌다.
하지만 캐나다에 선두를 내주고 말았다. 중국이 3위로 따라붙은 상황. 접촉을 경계하면서도 캐나다를 추격하는 어려운 레이스가 이어졌다. 결국 차이가 조금씩 벌어졌다. 그사이 중국은 레이스를 이탈하고 말았다. 주자가 넘어졌다. 한국은 치열하게 캐나다를 추격했다. 하지만 결국 추월은 실패했다.
금메달은 거머쥐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2010년 밴쿠버 대회 이후 12년 만에 이 종목 메달을 획득했다. 황대헌은 남자 1000m 금메달에 이어 메달 2개를 따냈다. 곽윤기는 2010년 밴쿠버 대회 은메달에 이어 다시 한번 '계주의 사나이'로 우뚝 섰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곽윤기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메달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더 잘하고 싶었다. 금메달만 바라보며 준비했는데, 도달하지 못했다. 오늘이 '은퇴를 앞둔 경기'라고 마음을 먹었는데, 아쉬운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다시 한번 더 도전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레이스도 아쉬움이 남는다. 자신이 주자로 나섰을 때 1위에서 2위로 밀렸기 때문이다. 곽윤기는 "후배들에게 '나만 믿고 따라와 달라'고 말했는데, 부끄럽더라. 죄책감이 크다. 9바퀴를 남기고 추월 기회가 있었는데, 힘을 비축해 마지막에 승부를 보려고 한 전략을 실행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내 후배들과 함께한 베이징 대회에 의미를 부여했다. 곽윤기는 "준비 과정에서 쉬운 일이 없었지만, 끝까지 믿어주신 국민께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이어 "올림픽을 준비하다 보면 내부 경쟁 심리가 생기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정말 가족 같았다. 서로 더 잘 되길 바랐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시즌이다. 훌륭한 후배들과 행복하고 기쁜 올림픽을 보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황대헌은 "윤기 선배는 절대 부끄러운 선배가 아니다. (결과에) 아쉬움도 있지만, 우리가 노력한 부분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올림픽이었다.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라고 했다.
이날 여자 1500m 결승전에서는 최민정이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선수단 두 번째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여러 악재로 최약체 평가를 받았던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따내며 해피 엔딩을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