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악재 속에서 200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맞이했던 한국 대표팀이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대한체육회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앞서 자료집을 통해 한국 선수단의 기대치를 금메달 1~2개, 종합 순위 15위권이라고 전망했다. 금 5개, 은 8개, 동 4개로 금메달 순위 7위, 전체 메달 순위 6위에 올랐던 평창 대회와 격차가 상당히 컸다.
지난 4년 동안 한국 선수단은 여러 사건·사고에 휘말렸다. 특히 평창 대회에서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던 임효준(귀화)과 심석희(징계)가 이탈했다. 여자 컬링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팀 킴은 소속팀과 갈등하다가 간신히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김선태 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여러 지도자도 경쟁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코로나19도 선수단의 발목을 잡았다. 2018~19시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윤성빈(스켈레톤)은 코로나19로 월드컵에 불참한 이후 랭킹이 10위 밖으로 하락했다.
대회 중에도 어려움이 더해졌다. 대회 초반 쇼트트랙 남자 1000m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실격당하면서 오심 논란이 터졌다. 빙질과 설질이 떨어져 제 기량을 발휘하기 쉽지 않았다. 수상을 기대했던 이상호(스노보드)와 팀 킴 역시 간발의 차로 패하면서 메달 없이 이번 대회를 마쳤다.
수많은 악재 속에서도 목표를 달성했다. 한국 대표팀은 대회가 마무리된 20일 기준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로 총 9개 메달(종합순위 14위)을 따냈다.
대표팀이 이번 대회 기록한 금메달 2개는 첫 메달을 획득한 1992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이후 역대 가장 적은 금메달 타이기록이다. 메달 수는 적었지만 메달의 의미는 작지 않았다. 김민석은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아시아 남자 최초 동메달로 대표팀 첫 메달을 수확했다. 이어 쇼트트랙 1000m 오심으로 울었던 황대헌이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심석희 험담 사건으로 안았던 트라우마를 겪었던 최민정도 여자 1500m에서 2연속 금메달을 수상했다.
대표팀은 쇼트트랙 계주에서 남녀 모두 값진 은메달로 쇼트트랙 강국의 자존심을 지켰고,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차민규가 깜짝 은메달을 받았다. 남자 매스스타트에서는 평창 대회 '페이스메이커' 논란을 빚었던 정재원과 이승훈이 은메달과 동메달을 나란히 따내 대회 유종의 미를 거뒀다. 메달 수확에는 실패했지만, 차준환(남자 피겨스케이팅·5위), 유영(이하 여자 피겨스케이팅·6위), 김예림(9위)이 톱10에 들며 가능성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