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범이 종영 드라마 ‘고스트 닥터’의 성과를 말했다. 김범은 이 드라마에서 ‘황금수저’ 레지던트 고승탁을 맡았다. 병원 설립자인 아버지와 재단 이사장인 어머니를 등에 업고 레지던트가 됐지만 차영민(정지훈 분)의 영혼을 만나면서 자신의 상처를 극복해나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범은 “처음 승탁이를 봤을 때 반짝반짝 빛나는 만화 속 캐릭터 같다고 생각했다. 가볍고 밝은 느낌의 인물을 표현해보고 싶어 출연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본을 보면서 이해한 승탁이는 의외로 누구보다 철이 빨리 들었고 의사로서 사명감도 투철한 친구였다. 트라우마로 인해 철없는 부잣집 아들이라는 가면을 만들어내 살아왔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고승탁은 차영민의 영혼에 종종 빙의되면서 평소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김범은 빙의한 승탁을 연기하기 위해 정지훈의 걸음걸이, 말투, 제스처 등 평소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고자 노력했다.
김범은 “내 대사를 지훈이 형에게 읽어달라고 해서 톤을 익히고, 어디서 단어를 띄어 읽는지까지 참고했다. 처음부터 1인 2역이 아니라 지훈이 형과의 2인 1역이라고 생각했는데, 둘이 함께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대사도 우리가 같이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고스트 닥터’는 판타지 의학 드라마이지만 병원 안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으며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며 종영까지 4∼6%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했다.
김범은 “모두가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가벼운 작품이라는 게 매력 포인트”라면서 “판타지적 요소보다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고충과 이야기를 그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범은 고마움도 언급했다. 그는 “승탁이를 연기하면서 내 안의 동적이고 밝은 부분을 생각하게 됐다.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고 덧붙였다.
전작 ‘로스쿨’에서 사법고시 2차 합격생인 로스쿨 1학년생 한준휘 역을 맡아 어려운 법률용어를 소화해냈던 김범은 ‘고스트 닥터’에서 법률용어 못잖게 어려운 의학용어를 달달 외웠다. “지금 생각해도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머리가 아픈 대사들이 많았다”는 김범은 “법률용어는 한자, 의학용어는 영어 위주로 되어 있어서 이해가 굉장히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또 웬만하면 모든 장면을 소화하는 편이지만 ‘고스트 닥터’에서 수술 장면은 전문의의 손으로 대체했다. 김범은 “흉내조차 못 내겠더라. 촬영 전 대학병원 교수님과 인터뷰도 하고 직접 실습하기도 했는데 한두 달 만에 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다. 결국 실제 의료진의 힘을 빌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범은 장르나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소화하려고 한다. “작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를 내가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본다”면서 “판타지물, 법정물, 의학물까지 연달아 했으니 다음에는 또 다른 장르의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꿈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