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이 알짜 활약을 보여주는 머피 할로웨이(32)의 활약에 힘입어 6강 굳히기에 들어갔다.
오리온은 23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의 경기에서 75-73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막판 16초를 남겨놓고 두 차례 자유투에 성공하며 3점을 더한 게 결정적이었다. 최근 DB와 2연전을 모두 승리한 오리온은 6위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승차를 1경기까지 벌렸다. 이변이 없다면 6강 달성이 유력하다.
이날 모두의 시선을 끈 건 부상에서 돌아온 이승현이었다. 그는 28분 52초 출장에 그쳤지만 3점 슛 3개를 비롯해 13점을 기록하며 여전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러나 경기 후 오리온 측이 뽑은 수훈선수는 할로웨이였다.
한국 프로농구에서 세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할로웨이는 올 시즌 연봉이 20만5128달러에 불과하다. 교체 선수를 포함해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25명 중 최하위다. 성적은 다르다. 평균 14.8점 10.8리바운드 2.2스틸을 기록 중이다. 자밀 워니(서울 SK) 같은 최상급 외국인 선수들만큼의 활약은 아니지만 충실하게 시즌을 소화해내며 제 역할 다해주고 있다. 특히 스틸 리그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끈끈하고 집중력 있는 농구를 선보인다.
이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승 득점은 마지막 역전 자유투를 성공한 한호빈이었지만 그 과정을 만들어낸 건 할로웨이였다. 적극적으로 공격 리바운드를 시도했던 할로웨이는 경기 종료 16초를 남겨놓고 파울 자유투를 얻어냈다. 1점 차였던 상황에서 자유투 1개를 성공시키며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이어 경기 종료 5초가 남은 상황에서 DB의 조니 오브라이언트에게 스틸에 성공, 팀 속공을 만들어냈다. 한호빈에게 공을 받아 속공을 진행하던 한호빈이 파울 자유투를 얻어냈고, 결국 결승점까지 이어졌다.
이날 경기 후 수훈 선수는 이대성과 이승현이었다. 그러나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물론 두 선수 모두 할로웨이의 공헌도를 치켜세웠다. 강을준 감독은 “할로웨이가 정말 잘해줬다. 시즌 전 우여곡절 끝에 함께 하게 됐는데 서로를 택한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고 얘기했다"며 "오히려 할로웨이가 한국에서 다시 농구 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대성도 “오늘은 중요한 순간에 최승욱과 할로웨이의 공격 리바운드가 결정적이었다. 사실 두 선수가 수훈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할로웨이는 최고다. 저렇게 수비해주고 마지막에 공격 리바운드도 해줬다. 동료들한테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얘기를 해주고 강하게 다그치기도 한다. 코트 위의 리더라고 생각한다. 같이 뛸 수 있는 건 동료로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승현 역시 “같이 뒷선을 보는 입장에서 저렇게 활동량 좋고 이렇게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강한 압박 수비를 해줘 앞선의 수비 부담을 줄여준다"며 "할로웨이 덕분에 우리 선수들이 한 템포 더 쉴 수 있고 체력을 안배할 수 있다. 해주는 게 너무 많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이어 "득점뿐만 아니라 궂은일까지 모두 할로웨이부터 통한다. 우리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라며 "할로웨이가 없었으면 우리는 꼴찌였을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