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는 주축 선수 이탈로 놓인 위기마다 새 얼굴이 등장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번에는 '주전급' 외야수 김민혁(27)이 바통을 이어받을 전망이다.
KT는 2021시즌 초반 주전 3루수 황재균이 코뼈 골절상으로 이탈하는 악재를 맞이했다. 이 소식을 전하는 이강철 감독은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4연패 수렁을 빠져나온 후 전열을 재정비, 5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력 저하가 불가피했다. 그러나 퓨처스팀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던 내야수 김병희가 황재균의 공백을 잘 메워냈다. 2021시즌 첫 출전이었던 4월 25일 롯데 자이언츠전에 교체 출전, 김원중으로부터 끝내기 안타를 치며 주목받았다. 선발 출장한 27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5연속 출루하며 5득점 했다. 이튿날 SSG전에서는 선제 홈런까지 때려냈다.
당시 KT는 주전 2루수 박경수까지 허리 부상으로 빠져 있었다. 김병희는 2루와 3루를 번갈아 맡아 공·수 모두 맹활약했다. 그는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1군 선수로 거듭났다.
KT는 2019년에도 두꺼운 선수층(뎁스)을 증명했다. 전반기 막판 간판타자 강백호가 사직구장 불펜 구조물 모서리에 손바닥이 베이는 불운으로 이탈했다. 이강철 감독은 콘택트 능력이 좋고 발이 빠른 백업 외야수 조용호를 강백호가 맡던 3번 타순에 기용했다. 조용호는 강백호가 복귀하기 전까지 출전한 26경기에서 타율 0.303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드러냈다. 그는 이후 KT 주전 좌익수로 올라섰다.
올 시즌도 KT는 초반 악재를 맞이했다. 개막 직전 강백호가 오른 발가락 골절상을 당했다. 재활 치료와 복귀까지 3~4개월이 필요할 전망이다.
강백호가 맡던 3번 타자·1루수는 '이적생' 박병호가 메우고 있다. 자리를 채웠지만, 공격력 저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 다시 한번 백업 선수의 활약이 기대된다. 김민혁이 그 주인공. 그는 박병호가 1루수로 옮기며 공석이 된 지명타자를 맡고 있다.
퓨처스리그 타격왕 출신 김민혁은 2019시즌 주전 외야수를 맡았다. 타율 0.281 68득점을 기록하며 타선 리드오프 임무를 충실히 소화했다. 그러나 최근 2년(2020~2021)은 배정대에게 밀렸다.
김민혁은 2021시즌 주로 교체 출전했지만, 타율 0.320(172타수 55안타)을 기록하며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증명했다.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가 이탈하며 빈 주전 한 자리에 대해 "김민혁에게 맡긴다. 꾸준히 내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김민혁은 삼성 라이온즈와의 개막 2연전 8타석에서 5번(안타 2개·볼넷 3개) 출루하며 활약했다. 하위타선 무게감을 더했다. 2019시즌 22도루를 기록할 만큼 발도 빠른 선수다. 9번 타자 심우준은 2022시즌 도루왕. 두 선수가 누상에 나서면 상대 배터리와 내야진을 압박할 수 있다.
KT는 두꺼운 팀 뎁스를 앞세워 2021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강백호가 이탈하며 2연패 전선에 먹구름이 낀 상황. 김민혁이 조용호와 김병희의 뒤를 이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