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투수 김진욱(20·롯데 자이언츠)은 지난해 리그 최고의 신인 중 하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고교 졸업반이던 2020년 고교리그 성적이 4승 1패 평균자책점 1.70으로 독보적이었다. 36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잡아낸 삼진이 무려 55개.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0.73에 불과했다. 롯데는 큰 고민 없이 신인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김진욱에게 사용했다.
김진욱의 프로 첫 시즌은 혹독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승(6패)을 따냈지만, 평균자책점이 6.31로 높았다. 세부 지표도 좋지 않았다. 9이닝당 볼넷이 9.66개. 이닝당 투구 수도 21.8개로 많았다. 제구 불안 속 마운드 위에서 자멸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공교롭게도 고교리그 ‘왼손 라이벌’ 이의리(KIA 타이거즈)가 2021년 신인왕을 받으면서 그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졌다.
김진욱은 오프시즌 마음을 다잡았다. 스프링캠프 기간 조급함을 버리고 제구 보완에 집중했다. 효과를 확인한 건 시범경기를 통해서였다. 2경기 등판해 8이닝 7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쾌투했다. 그 결과 선발 한 자리를 차지했고 지난 5일 NC 다이노스와 정규시즌 첫 등판에서 7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1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한 경기 7이닝을 소화한 건 개인 최다(종전 5이닝 2회). 한 경기 탈삼진 10개도 커리어 하이(종전 6개)였다. 관심이 쏠린 볼넷은 2개.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지금까지 본 김진욱의 투구 중 최고의 모습이었다. 커맨드와 공 배합 모두 뛰어났다"고 극찬했다.
김진욱의 강점은 확실하다.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50㎞에 육박한다. 릴리스 포인트가 높아 수직 무브먼트도 뛰어난 편이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 함께 출전한 베테랑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김진욱과 캐치볼을 하는데 공을 놓는 타점이나 (릴리스) 포인트를 보면서 '나도 그렇게 던져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을 정도. 오승환은 "(캐치볼할 때 김진욱의 공은) 잡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김진욱은 기술적인 부분을 크게 수정하지 않았다. NC전이 끝난 뒤 그는 "캠프 기간 준비하면서 지난해 단점이었던 제구를 보완할 수 있었다. 생각을 비운 게 컸다. 볼을 던지더라도 결과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고 달라진 부분을 설명했다. "불리한 볼카운트가 되면 세게 던지려고 하지 말고 가운데로 던지라"고 말한 선배 문경찬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된 것도 김진욱에겐 희소식이다. 제구 불안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 그는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도움이 된다. 양쪽의 사이드보다 위아래의 존이 작년보다 넓어진 것 같다"며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졌다는 얘길 듣고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커졌다"고 반겼다.
순조롭게 출발한 2022시즌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김진욱은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많이 하는 게 목표다. 목표로 정한 것보다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9월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에 대한 생각을 묻자 "물론 (태극마크를) 달아야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