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석(33)은 코트 위의 살림꾼이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궂은일을 도맡아 팀에 기여한다. 대한한공이 수년째 V리그 정상급 전력을 지키도록 만든 '언성 히어로'다.
공격에서는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 정지석에 이어 3옵션이다. 고비마다 알토란같은 득점을 지원했다. 그의 진가는 수비에서 발휘된다. 곽승석은 2021~2022시즌 리시브 효율(37.81%) 부문 7위다. 그보다 기록이 좋은 공격수는 전광인(현대캐피탈) 한 명뿐이다.
곽승석은 디그 부문에서 리그 공격수 중 유일하게 5걸(세트당 2.058개·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리시브와 디그를 모두 반영하는 수비 부문에서도 세트당 4.416개를 기록, 이 부문 3위에 올랐다. 역시 이 부문 5걸 안에 든 공격수는 곽승석뿐이다.
그동안 조연으로 나섰던 곽승석은 올 시즌 가장 높은 무대에서 주연으로 올라섰다. 지난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도드람 V리그 KB손해보험과의 챔피언결정전(3전 2승제)에 출전, 15득점 공격 성공률 72.22%를 기록하며 대한항공의 세트 스코어 3-1 승리를 이끌었다. 승부처마다 백어택 공격을 성공, 상대의 기세를 꺾었다.
이날 최고의 장면도 곽승석의 손에서 나왔다. 대한항공이 16-15로 앞선 2세트 중반, 공격권이 세 번씩 오갈 만큼 두 팀 모두 집중력 있는 수비가 이어졌다. 곽승석은 힘차게 날아올라 긴 랠리에 종지부를 찍는 백어택을 KB손해보험 코트에 꽂았다.
22-20 박빙 상황에서도 세터 한선수의 토스를 받아 후위 공격에 성공했다. 3세트 23-22에서도 다시 한번 상대 기세를 꺾는 득점에 성공했다.
수비도 뛰어났다. 주전 리베로 정성민보다 더 많은 리그(13개)를 해냈고, 서브 리시브(29번)도 가장 많이 받았다. 2세트 중반에는 KB손해보험 주포 노우모리 케이타(등록명 케이타)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하기도 했다. 곽승석은 챔프전 1차전에서 단연 최고의 선수였다.
경기 후 만난 곽승석은 "(세터) 한선수 선배가 유독 (중요한 순간에) 나에게 공을 많이 준 것 같다. 기회가 많았을 뿐"이라며 웃어 보였다. 공격 기여도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 쑥스러운 듯 보였다.
곽승석은 커리어 통산 12시즌 중 수비상 2번, 페어플레이어상 1번을 받았다. 공격력까지 인정받은 수상 이력은 2018~2019시즌 6라운드 최우수선수(MVP)가 유일했다. 항상 팀과 다른 선수를 빛내는 조연 역할을 해왔다.
올해는 가장 높은 무대에서 주연으로 도약했다. 남은 경기에서도 활약하면 챔프전 MVP 수상도 가능하다. 곽승석은 "나도 주인공이 되길 바랐다. (예전에는) 찾아온 기회를 잡지 못하기도 했다. 그래도 개인의 영광보다 팀 우승이 먼저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챔프전 2차전은 오는 7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다. 곽승석은 "반드시 2차전 안에 끝내겠다"라며 전의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