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이 '해결사' 이대성(32·1m93㎝)의 활약을 앞세워 6강 플레이오프(PO) 원정 2경기를 모두 이겼다.
오리온은 지난 1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2021~22시즌 프로농구 6강 PO(5전 3승제) 2차전에서 78-70으로 승리했다. 지난 9일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이긴 오리온은 4강 PO를 향한 청신호를 켰다. 역대 프로농구 6강 PO에서 1·2차전을 모두 이긴 팀은 모두 4강 PO에 진출했다.
오리온의 2승을 이끈 건 현대모비스 출신 이대성이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 지명을 받은 그는 현대모비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3~14, 2014~15, 2018~19시즌 세 번의 우승을 함께했다. 특히 2018~19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우승을 이끌고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다.
이대성은 2017년 미국 프로농구(NBA)의 하부리그인 G리그 드래프트에 참가, 이리 베이호크스에서 미국 진출을 시도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방출당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의 부름을 받고 복귀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와 인연이 영원하진 않았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 FA(자유계약선수)를 앞두고 있던 이대성을 전주 KCC로 트레이드했다. 이후 그의 행선지가 바로 현 소속팀인 고양 오리온이다.
친정팀과 봄 농구 맞대결인 만큼 감회가 남달랐다. 이대성은 PO 미디어데이에서 소감을 묻자 "확실히 기분이 좀 다르다. (현대모비스 시절) 울산에서 봄 농구를 많이 했다"며 "울산에서 팬들께 반갑게 인사하고 싶다. 승부인 만큼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유재학 감독 역시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이대성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많이 후회했다"면서도 "그래도 트레이드 덕분에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돌아봤다.
1차전에서 부진했던 이대성은 2차전에서 존재감을 제대로 발휘했다. 25점 6어시스트 4스틸로 활약을 선보였다. 1쿼터는 오리온의 1점 리드로 끝났다. 현대모비스가 먼저 달아났지만, 이대성이 종료 1분여를 남기고 스틸과 속공 득점으로 분위기를 바꾼 덕분이었다. 후반에도 이대성의 존재감이 빛났다. 3쿼터 5점 플레이로 52-43까지 달아날 수 있게 했다. 이어 4쿼터 막판에는 한호빈과 연속 득점을 합작했다.
이대성은 승리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1차전 부진에 대해 지금까지 내 노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은 (그분들이) 아무 말 못 하시게, 입 닫으시게 보여드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친정팀 현대모비스를 치켜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현대모비스가 주축 선수들이 빠졌음에도 상대하기 버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어린 선수들이 정말 좋은 에너지와 투지를 보여줬다. 팬들께 즐거운 경기가 됐을 것 같다"며 "3차전도 이기고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현대모비스가 저력 있는 팀이어서 쉽지 않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을 이겨내지 못하고 벼랑 끝에 섰다. 시즌 내내 팀을 이끌었던 외국인 라숀 토마스가 PO에 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신인왕 이우석까지 이탈했다. 전력이 이탈한 상황에서도 오리온을 턱 끝까지 몰아세우며 2차전 승리를 노렸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두 팀의 3차전은 13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