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는 지난달 18일 강정호의 임의해지(임의탈퇴) 복귀 승인을 KBO에 요청했다. 강정호는 2015년 1월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면서 임의탈퇴 절차를 밟았다. KBO 규약 제65조에 따르면 임의탈퇴 선수가 KBO에 복귀하려면 복귀신청서를 총재에게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총재는 선수가 제재를 받게 된 경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복귀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데드라인 조항이 규약에 없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데드라인 조항은 큰 의미 없었다. 선수 복귀 절차가 KBO의 거부로 무산된 전례가 없는 만큼 구단이 임의탈퇴 복귀를 요청하면 수일 내 승인이 떨어졌다. 하지만 강정호는 앞선 사례와 다르다.
강정호는 MLB에서 뛰던 2016년 12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근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로 재판에 회부됐다. 재판 과정에서 2009년 8월과 2011년 5월 두 차례 구단 미보고 음주운전 사고가 있었다는 게 확인되기도 했다. KBO리그 복귀를 선택한 2020년 6월 KBO 상벌위원회가 열렸고,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가 내려졌다.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강정호는 징계를 소화하지 않고 복귀 의사를 철회,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는 듯했다.
KBO는 강정호의 복귀 여부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허구연 KBO 신임 총재 취임식 자리에서 깜짝 발표가 있을 거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허구연 총재는 "프로야구가 사회적으로 주는 메시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술을 먹으면 운전대를 잡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강정호 사안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해야 하고, 고려할 사안도 상당히 많다. 심사숙고하고 있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지난 2일 정규시즌이 개막했다.
발등이 불이 떨어진 건 키움이다. 1년 유기실격은 강정호의 선수 등록이 완료된 후 적용된다. 구단 요구대로 강정호의 복귀가 승인되더라도 결과가 늦게 발표되면 1군 무대를 밟는 시점도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강정호가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라는 걸 고려하면 시간은 키움 편이 아니다. 한 구단 단장은 "(키움 구단으로선) 강정호의 복귀 여부가 개막 전에 결정 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KBO의 고민이 길어지는 것과 맞물려 야구계 안팎에선 "강정호의 복귀를 불허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KBO 규약 제44조에는 '총재가 리그의 발전과 KBO의 권익 보호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선수와의 선수 계약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선수 복귀를 불허한 전례가 없는 만큼 KBO와 선수 측이 법리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시즌 초반 프로야구 관중 감소로 위기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자칫 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KBO로선 2년 전처럼 강정호 스스로 복귀 의사를 철회하는 게 가장 나을 수 있다. 하지만 고형욱 키움 단장은 "그럴 거 같았으면 시작도 안 했다. 일단은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총재님도 '어떻게든 빨리 결론을 내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라며 "(결과 발표를) 무작정 늦출 수는 없다. 최대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