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해 SSG 랜더스의 에이스로 활약 중인 김광현.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유력하다는 평가였지만 최근 기술위원회 기조는 명단 제외로 굳어졌다. IS 포토 국가대표 단골 멤버였던 '왼손 듀오' 김광현(34·SSG 랜더스)과 양현종(34·KIA 타이거즈), 포수 양의지(35·NC 다이노스)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을 전망이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한국야구위원회(KBO)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술위원회는 대표팀 구성 방향을 '세대교체'와 '육성'으로 굳혀 김광현·양현종·양의지의 대표팀 발탁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세 선수는 연령과 입단 연차 제한 없이 뽑을 수 있는 와일드카드(총 3명, 구단별 최대 1명) 유력 후보였지만 "새로운 인물을 뽑겠다"는 쪽으로 기술위원들의 마음이 기울어졌다.
KBO는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최종엔트리(24명)를 만 24세 이하 또는 입단 3년 차 이하 선수로 꾸린다. 앞서 열린 다른 대회와 달리 KBO가 자체적으로 출전 연령을 제한했는데 이는 지난해 도쿄 올림픽 노메달 수모 후 발표한 대표팀 경쟁력 강화 방안 중 하나다. 젊고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들로 대표팀을 새로 구성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취약 포지션 보강을 위한 와일드카드로 김광현·양현종·양의지의 발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따랐다.
김광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양현종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양의지는 2015년 프리미어12부터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들은 워낙 긴 시간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나이도 30대 중반으로 적지 않다. 무엇보다 아시안게임 기간 KBO리그가 중단 없이 운영될 예정이어서 주축 선수가 와일드카드로 빠진 구단은 일정 소화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야구계 안팎에선 "올 시즌 순위 싸움의 마지막 변수가 아시안게임"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A 구단 단장은 "베테랑 선수를 차출하면 (공정성을 위해서라도) 리그를 중단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기존 취지대로) 젊은 선수들로만 대표팀을 꾸리는 게 맞다"고 했다. B 구단 단장도 "세대교체를 하려면 확실하게 그 기조에 맞게 대표팀을 운영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최근 수년간 국가대표 주전 포수로 활약한 양의지. IS 포토 기술위원회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김광현·양현종·양의지를 선택지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고민이 커진 포수 포지션은 와일드카드를 사용하지만, 국가대표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를 선발할 계획이다. 박동원(키움 히어로즈) 박세혁(두산 베어스) 유강남(LG 트윈스)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박세혁은 2019년 프리미어12만 뛰었고 박동원과 유강남은 대표팀 경험이 아예 없다. 기술위원회는 내년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고려해 선수를 체크하고 있다. 다른 포지션의 와일드카드도 연령 제한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관심이 쏠린 아마추어 선발은 1명으로 굳어졌다. KBO는 지난 9일 발표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 명단(172명)에서 14명을 아마추어로 채웠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투수였다. 이 중 심준석(덕수고)과 김서현(서울고)의 발탁 가능성이 높게 평가됐다. 그런데 심준석의 미국 진출 선언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교 최대어인 심준석은 올해 초 메이저리그(MLB)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와 계약,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병역특례법에 따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만 마치면 병역의무를 마친 것으로 간주한다. 기술위원회는 아시안게임 병역 혜택을 KBO리그에서 뛰게 될 선수가 받도록 할 계획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엔트리는 6월에 확정할 예정이다. 선수들은 9월 중 소집돼 국내 훈련을 진행한 후 출국해 9월 18일부터 24일까지 대회를 치른다. 한 기술위원은 "(기술위원회에선) 선수 육성과 대표팀 세대교체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향후 3~4년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 선발에 우선순위를 두자는 의견이 많다. 향후 매주 열리는 기술위원회는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모두에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표팀 구성을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