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소속 투수 최다 탈삼진을 기록한 양현종. 사진=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34)이 타이거즈 구단 역대 최고의 '닥터K'로 올라섰다. 승운은 또 따르지 않았다.
양현종은 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말 3연전 3차전에 선발 등판, 7이닝 9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KIA가 3-2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기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9회 초 마운드에 오른 KIA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대량 실점하며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시즌 2승은 거두지 못했다.
양현종은 KIA가 2-0으로 앞선 2회 초, KBO리그 19년 차 베테랑 강민호를 상대로 대기록을 세웠다. 포심 패스트볼(직구)과 커브를 구사해 유리한 볼카운트(0볼-2스트라이크)를 만들었고, 시속 128㎞ 체인지업을 가운데 꽂아넣어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강민호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KBO리그에서 통산 431번째 등판한 양현종이 1703개째 삼진을 잡아낸 순간이다. 그는 이 탈삼진으로 역대 타이거즈 소속 투수 개인 통산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이강철 현 KT 위즈 감독이 갖고 있던 1702개였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통산 1751탈삼진을 기록했지만,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잡은 삼진은 1702개였다.
양현종은 바로 전 등판이었던 지난달 26일 수원 KT전에서 탈삼진 6개를 추가하며 통산 1702개를 마크했다. '국보 투수'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이 선수 시절 KBO리그에서 남긴 기록(1698개)을 넘어섰고, 이강철 감독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1700탈삼진 고지를 밟은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강철 감독은 KIA 투수코치 시절 양현종을 지도한 은사다. 자신을 넘어선 제자를 향해 "탈삼진, 다승 등 내가 갖고 있던 타이거즈 투수 기록들은 곧 양현종이 다 넘어설 것이다. 사실상 타이거즈 야구단의 상징이 될 투수다. 부상만 없다면 2000탈삼진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극찬과 덕담을 남겼다. KBO리그 통산 최다 탈삼진은 송진우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가 보유한 2048개다.
대기록 달성 후 기세를 올린 양현종은 호투를 이어갔다. 3회 초 1사 2·3루에서 이원석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1점을 내줬지만, 4~6회는 실점 없이 막아냈다.
삼성 거포 오재일과의 승부가 돋보였다. 4회 초엔 힘으로 눌렀다. 볼카운트 0볼-2스트라이크에서 이 경기 최고 구속인 시속 149㎞ 직구를 뿌려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주자를 2루에 두고 상대한 6회는 바깥쪽(왼손 타자 기준) 슬라이더를 보여준 뒤 가운데 낮은 코스로 체인지업을 뿌려 다시 한번 헛스윙을 끌어냈다. 이 경기 네 번째 탈삼진. 양현종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환호했다.
KIA 타선은 1·2회까지 3점을 지원한 뒤 4이닝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 그러나 양현종은 마운드를 지킨 마지막 순간까지 리드를 지켜냈다. 7회 초 2사 1·2루에서 김지찬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더 내줬지만, 현재 삼성 타자 중 가장 타격감이 좋은 호세 피렐라를 내야 땅볼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삼성전 기록은 7이닝 2실점. 양현종은 2022시즌 개막전이었던 4월 2일 광주 LG 트윈스전부터 등판한 여섯 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투수다운 저력을 보여줬다.
양현종에겐 또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사진=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그동안 승운이 없었다. 양현종은 개막 첫 4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타선의 득점 지원은 1.00점에 그쳤고, 수비할 때는 실책을 연발했다. 6과 3분이 2이닝 2자책점을 기록한 지난달 어렵게 첫 승을 거뒀다.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이번엔 불펜 방화다. 3-2, 1점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셋업맨 전상현은 8회 초 삼성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9회 초 마운드에 오른 정해영이 김지찬에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양현종의 승리도 날아갔다. 정해영은 피렐라와 김태군에게도 적시타를 허용했다. KIA는 3-6으로 패했다.
양현종이 유일하게 욕심을 감추지 않고 있는 기록은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이다. 이강철 감독이 갖고 있는 이 기록을 넘어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기 전 7년(2014~2020시즌) 연속 10승 이상 거뒀다.
그러나 잘 던지고도 승수 추가를 하지 못하고 있다. 타이거즈 소속 개인 통산 최다승(152승) 경신도 미뤄지고 있다. 양현종의 통산 승수는 여전히 148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