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오영수(22·NC 다이노스)는 부담이 컸다. 시즌 타율이 0.203까지 떨어져 2할 타율을 위협받았다. 최근 15경기 타율은 0.195로 더 낮았다.
오영수를 독려한 건 이동욱 NC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안되더라도 고개 숙이지 말고 야구장에서는 어린 선수답게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당부했다. NC는 이날 새벽 대구 모처에서 술을 마시다 한규식(46) 수비코치가 용덕한(41) 배터리코치를 폭행, 경찰에 입건돼 구단 안팎의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이동욱 감독은 선수를 향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오영수는 이날 6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2회 첫 타석 2루수 실책으로 출루했지만 4회와 7회 각각 유격수 땅볼과 삼진으로 물러났다. 최근 부진이 반복되는 듯했다. 하지만 네 번째 타석에서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
5-4로 앞선 8회 초 1사 1, 2루 찬스에서 삼성 불펜 문용익의 6구째 시속 147㎞ 직구를 공략해 좌월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비거리 117m. 8-4로 점수 차를 벌린 NC는 10-6으로 승리하며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승리의 가교 구실을 한 건 오영수의 홈런이었다.
경기 뒤 오영수는 "감독님 말씀처럼 열심히 하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거 같다"며 "처음에는 공이 담장(펜스)을 넘어갈지 몰라 땅만보면서 뛰었다. 그러다가 관중들의 소리를 듣고 (홈런인 줄) 알게 됐다. 타석에 들어가기 전 코치님들이 상대가 어떤 공을 던졌는지 알려주셨고, 자신 있게 치라고 해주셔서 홈런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용마고를 졸업한 오영수는 201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2019년 퓨처스(2군) 리그에서 58경기 타율 0.374(227타수 85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타격 능력을 인정받았다. 서호철(26) 김한별(21)과 함께 NC가 미래를 거는 유망주 트리오 중 하나다. 상무 야구단에서 병역을 마친 뒤 복귀해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성적이 뒷받침 되지 않았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그는 반등했다. 오영수는 "지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은데,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