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코리아(Team Korea)’는 대한체육회의 주도로 2010년에 탄생한 국가대표 선수단의 새 이름이자, 한국 스포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브랜드다.
영국에도 자국 올림픽 대표팀을 의미하는 ‘Team GB’가 있다. GB는 Great Britain의 약자로 영국을 뜻한다. 역시 영국을 의미하는 UK는 United Kingdom의 약자다. 그렇다면 UK와 GB는 같은 의미일까?
필자가 영국과 인연을 맺은 이후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이 나라의 명칭에 관한 것이다. 특히 영국이라는 나라의 영어 명칭에 혼란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프랑스 북서부의 그리네곶(Cap Gris Nez)으로부터 불과 32㎞ 떨어진 거리에 유럽에서 가장 큰 섬이 있다. 섬의 크기는 20만9331㎢로 한반도(22만3155㎢)보다 약간 작다. 이 섬나라가 영국이다. 섬의 명칭이 브리튼(Britain)이고, 대(大)에 해당하는 Great를 붙여 GB라 칭한다. 브리튼은 3개의 지역, 즉 잉글랜드,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은 흔히 영국이 세 지역을 포함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영국이라는 이름 자체에 문제가 있다. 영국(英國)의 英은 잉글랜드(England)의 Eng을 중국어로 음역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국이란 명칭은 사전적으로는 잉글랜드만을 의미한다.
UK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리와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 브리튼 바로 옆에는 아일랜드(Ireland)라고 불리는 섬이 있다. 아일랜드 언어로는 에이레(Éire)라고 칭한다. 아일랜드는 12세기부터 무려 700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은 끝에 1922년에 독립했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총 32개 카운티 중에서 26개만 독립에 성공했다.
브리튼에서 이주한 신교도가 많은 나머지 6개 카운티는 영국의 지배를 현재까지 계속 받고 있다. 이 지역을 북아일랜드라고 부른다. UK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와 북아일랜드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의 영향을 받은 가톨릭교도와 영국의 영향을 받은 신교도 간의 갈등이 뿌리 깊은 지역이다. 특히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는 정치적, 종교적 대립이 심한 도시로 오랫동안 테러와 폭력 사태의 중심지였다. 이에 영국에서 비자를 연장할 때 관련 서류에는 벨파스트에 갔다 온 적이 있냐는 질문이 꼭 들어있다.
아일랜드공화국군(IRA, Irish Republican Army)은 남북 아일랜드의 통일을 목표로 오랜 시간 동안 무장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필자가 영국에서 학부를 다니던 1990년대에는 IRA의 폭탄 테러가 런던에서 종종 발생했다. 이에 지하철역이 폐쇄되어 수업 시간에 지각하는 등 곤란을 겪은 기억이 난다.
영국이란 나라의 명칭 정리를 했으니 이제 다시 스포츠 이야기로 돌아가자. 영국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메달 하나를 포함해 총 15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순위 36위에 그친다. 하계올림픽 사상 최악의 성적에 영국은 충격을 받았다. 이에 영국 정부는 국영 복권(National Lottery) 수익의 일부를 엘리트 스포츠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영국올림픽조직위원회(BOA)도 옛 영광을 되찾으려는 자국 대표팀에 1999년 Team GB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새 이름은 BOA의 마케팅 전략으로 탄생한 하나의 브랜드이기도 했다. Team GB는 기존의 ‘Great Britain Olympic Team’이라는 길고 복잡한 말에서 탈피해 심플하면서도 강력한 이미지를 주었다. 또한 여러 종목의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통합하는 데도 목적이 있었다. 따라서 Team GB에는 수영이나 사이클팀 같은 각각의 팀은 존재하지 않고, 하나의 팀만 존재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북아일랜드의 일부 정치인들은 이러한 명칭에 문제를 제기한다. GB에는 북아일랜드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Team UK’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BOA는 그러한 이름 사용을 거부한다. 이유가 있다. 영국올림픽대표팀은 왕실보호령(Crown dependencies: 채널 제도의 2개의 섬과 맨 섬으로 이루어진다)과 해외영토(British Overseas Territories: 영국의 14개 해외영토 중에서 독자적인 국가올림픽위원회를 가지고 있는 브리티시 버진 아일랜드, 버뮤다와 케이만 아일랜드만 영국대표팀에 참여하지 않는다)에서도 선수 선발을 할 수 있으나, 이들 지역은 UK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Team GB나 Team UK 모두 어차피 영국올림픽대표팀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울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등록된 영국의 나라 코드는 GBR이고, Team GB는 이미 영국 국민의 마음속에 성공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런 이유로 Team GB라는 명칭을 계속 쓰자는 것이 BOA의 주장이다.
Team GB는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 11개를 획득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이후 2008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Team GB는 하계올림픽 스포츠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