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성적이 크게 악화한 김재환. BABIP 수치가 꽤 많이 떨어지면서 개인 성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IS 포토 거포 김재환(34·두산 베어스)의 부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김재환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김재환의 정규시즌 타율은 12일 기준 0.188(128타수 24안타)에 불과하다. 규정타석을 채운 62명 중 타격 58위. 1군 주전으로 도약한 2016년 이후 시즌 출발이 가장 좋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장타다. 김재환은 자타공인 슬러거다. 2018년 무려 44홈런(장타율 0.657)으로 홈런왕에 올랐다. 외야가 넓은 잠실구장으로 홈으로 사용하면서 40홈런을 때려낸 건 1998년 타이론 우즈(당시 OB 베어스·42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국내 선수로는 사상 처음이었다. 지난해 장타율도 0.501로 리그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매년 20~30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거포지만 올 시즌 장타율은 0.367로 4할이 되지 않는다.
타격 성적이 하락하면 여러 지표에서 이상 징후가 감지된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김재환의 인플레이 타구 속도는 10일 기준 142.3㎞/h로 지난해 145㎞/h보다 느려졌다.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다. 타자는 빠르고 강한 타구를 날릴수록 안타가 나올 확률은 높아진다. A 구단 전력분석원은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심각할 정도의 변화는 아니다. 타구 속도 자체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BABIP(Batting Averages on Balls In Play)다. BABIP는 홈런이나, 삼진, 볼넷을 제외하고 페어 지역에 떨어진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을 의미한다.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거나 주력이 좋은 타자들은 BABIP가 높다. 인플레이 타구가 안타로 연결될 확률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BABIP에는 '운'도 작용한다. 좋은 타구를 날려도 호수비에 걸리면 BABIP 수치는 낮아지기 마련이다. 김재환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평균 BABIP가 0.330 수준이었다. 강한 파워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잘 만들어내 BABIP가 높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올 시즌 BABIP가 0.229다.
BABIP가 평균 이하라는 건 성적이 향상될 여지가 있다는 거로 해석할 수 있다. B 구단 전력분석원은 "타자 평균 BABIP는 2할 후반 정도로 봐야 한다. 김재환은 아직 '운'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시즌 초반 부진하지만)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BABIP에 계산 되지 않는 볼넷과 삼진 비율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김재환은 타석당 볼넷(BB/PA)이 0.14에서 0.10으로 감소했다. 반면 타석당 삼진(KK/PA)은 0.22에서 0.25로 상승했다. 헛스윙 비율도 15.6%에서 19.6%로 변화가 크다. B 구단 전력분석원은 "김재환의 불안 요소는 볼넷 비율이다. 샘플이 아직 많지 않지만 커리어 볼넷 비율이 12%대인데 올해 10%대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재환은 두산 타선의 핵심이다. 두산은 지난해 12월 계약기간 4년, 총액 115억원의 대형 FA(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김재환을 잡았다. 홈런 타자가 많지 않은 팀 사정을 고려하면 그의 반등이 절실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선수가) 답답해 한다. 4번 타자는 애버리지(타율)보다 장타에 대한 자존심이 있을 거다. 감이 오면 좋아질 수 있으니까 믿고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이도형 두산 타격코치도 "수치상으로 타구 속나 발사각 등에서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좋았을 때의 타이밍을 되찾기 위해 선수가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