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마운드는 비상이다. 셋업맨 박시영이 지난 12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투구 도중 오른팔 인대 부상을 입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박시영이 수술을 받기로 했다. 남은 시즌 등판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KT 불펜진은 2021시즌 10개 구단 중 평균자책점 2위(3.68점)에 오르며 탄탄한 전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올 시즌은 16일 기준으로 평균자책점 9위(4.54점)에 그쳤다. 주권, 조현우 등 지난 시즌 7·8회를 맡았던 주축 투수들이 부진했다. 올 시즌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KT가 기록한 승률은 0.684(9위)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박시영까지 이탈했다. 대체 자원으로 콜업된 이정현은 1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제구 난조를 보였다. 이강철 감독도 "이정현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기대주는 신인 박영현이다. 2022 1차 드래프트에 지명된 유망주 오른손 투수다. 스프링캠프에서 묵직한 구위를 보여주며 즉시 전력감으로 인정받았고, 개막 엔트리에도 포함됐다.
첫 번째 기회는 잡지 못했다. 박영현은 시즌 초반 등판한 6경기(5와 3분의 1이닝)에서 부진했다. 이닝당출루허용률(1.88)과 피안타율(0.360) 모두 너무 높았다. 시범경기에서는 시속 148㎞까지 찍혔던 포심 패스트볼(직구)이 개막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시속 14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결국 지난달 27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당시 이강철 감독은 "박영현이 불펜 피칭을 할 때는 구위가 좋은데 정작 실전에서는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더라. 그동안 박빙 승부가 많아서 (경기에) 내보낼 기회가 적었다. 팀 마운드의 미래이기 때문에 2군에서 공을 더 많이 던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영현은 심신을 회복한 것 같다. 5월 등판한 퓨처스리그 6경기(7이닝)에서 1점도 내주지 않았다. 피안타도 3개뿐이었다. 직구 최고 스피드도 146㎞를 찍었다. 기록은 1군 무대와의 차이가 있으니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지만, 구속 회복은 고무적이다.
이강철 감독은 15일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박영현을 콜업했다. 베테랑 불펜 투수 안영명의 공이 나쁘지 않았지만, 구위가 좋은 오른손 투수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 감독은 "시즌 초반에는 박영현도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다. 프로 무대를 더 경험했으니 이전보다는 멘털적으로 나아졌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현재 KT 불펜진은 보직 구분이 모호하다. 그만큼 제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투수가 적다. 박영현이 7·8회에 등판해 임무를 완수하면 셋업맨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올 신인왕 레이스는 안갯속이다. 박영현이 기회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