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는 30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만 이름을 올릴 수 있는 '통산 타율' 순위에서 1위(0.339·24일 기준)에 올라 있다. 지난 30년 동안 이 부문 1위를 지켰던 고(故) 장효조(타율 0.331)를 2위로 밀어냈다. 한국야구의 미래로 기대받던 그는 이제 시대를 대표하는 '타격 기계'로 인정받고 있다.
그만큼 이정후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도 많아졌다. 최근에는 KT 위즈 2년 차 내야수 유준규가 이정후와 판박이 같은 타격 자세를 보여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준규는 "매년 조금씩 변하는 이정후 선배님의 타격 자세를 따라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기사를 통해 유준규의 타격 모습을 본 이정후는 "준비 자세에서 리듬을 타고, 타이밍을 잡는 모습이 나와 정말 비슷한 것 같다. 신기하다"며 웃었다. 그는 "타격은 정말 많은 요인이 작용해 만들어지는 것 같다. 모든 선수가 다르다. 유준규 선수도 딱 맞는 메커니즘을 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른 선수의 것을 배우고 참고하되, 자신이 가진 조건에 맞춰서 발전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이정후는 타격 자세와 스윙 메커니즘에 변화를 주는 이유에 대해 "몸 상태, 근육량, 타격 기술 등 매년 달라지는 요인이 많다.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에 맞춰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과거의 타격 영상을 잘 보지 않는다. 이정후는 "타격감이 떨어졌다고 애써 작년·재작년 타격 영상을 찾아보는 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들은 대개 성적이 좋았던 시점의 자세와 메커니즘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정후는 현재 상태를 기준으로 더 나은 방식을 찾기 위해 궁리한다.
이정후는 지난 24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전 6회 초 타석에서 왼손 셋업맨 김대유로부터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역전 3루타를 쳤다. 키움의 승리(스코어 6-4)를 이끄는 결승타였다.
2021시즌 상대 성적 5타수 1안타에 그쳤던 김대유를 상대로 때려낸 장타였다. 이정후는 "최근 타격감이 안 좋아서 마음을 비우고 승부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페이스가 좋았다면 오히려 못 쳤을 수도 있다. 다음에 (김)대유 형을 만나면 경기 상황과 컨디션이 또 다를 것이다. 이에 맞춰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데뷔 여섯 번째 시즌을 보내는 이정후의 화두는 리셋(reset)이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매 경기·매 타석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좋든 안 좋든 지난 일은 잊는다.
이정후는 "잘 맞은 타구가 잡히거나, 수비 시프트에 계속 걸리면 짜증 날 수도 있다. 그러나 타석에서 생긴 아쉬움은 글러브를 끼고 수비를 하러 나가면서 다 잊으려고 한다. 야수는 수비에서 팀에 기여할 기회도 있다"고 했다. 이어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부터는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게 없다. 착한 일을 많이 하면서 그저 좋은 결과(안타나 홈런)가 나오길 바랄 뿐이다. 올 시즌 성적은 144경기를 다 치른 뒤 나온다. 매 순간, 매 경기에 집중하고 또 리셋하며 시즌에 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