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새 주말극 '클리닝 업'이 방송 첫 주부터 심상치 않은 돈의 맛 드라마 면모를 드러내며 재미 떡상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지난 2일 진행된 '클리닝 업' 제작발표회에서 윤성식 감독이 "다채롭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흥미롭고, 유쾌하고, 또 때로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펼치는 드라마"라고 자신한 이유였다.
'클리닝 업'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주식이라는 소재로 포문을 열었다. 널뛰는 주식 그래프처럼 종 잡을 수 없는 전개는 숨이 멎을 듯한 긴장감을 선사했고, 적재적소 어우러진 웃음 포인트들과 다양한 캐릭터들의 향연은 믿고 보는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열연과 만나 빛을 발했다.
무엇보다 돈에 대한 절박함으로 발칙한 인생 상한가 도전기에 뛰어든 주인공 어용미(염정아)가 선사한 묘한 쾌감은 "내가 용미인지, 용미가 나인지 모를 정도"라던 염정아의 생활연기를 만나 더욱 활개를 쳤다. 사채 빚에 시달리며 두 딸을 건사하고 있는 용미는 억척 싱글맘. 증권사 미화원, 편의점 아르바이트, 가사 도우미 등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바닥 인생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결코 쓰러지지 않았다. 되레 아이 하나는 업고 하나는 씻기고, 졸면서도 유축기를 돌려야 했던 독박 육아 시절보단 맥주라도 한잔 마실 수 있는 지금이 낫다고 환호했다. 누가 한 대 때리면 두 배로 갚아줬다. 오빠와의 말다툼 끝엔 그의 자동차 사이드 미러를 긴 다리 발차기로 박살냈고, 딸 아이에게 수준 운운하며 도둑으로 몰아세운 마트 사장에겐 잔뜩 산 과자 봉지를 터뜨려 마트를 난장으로 만들어 복수했다. 증권사 감사팀장 금잔디(장신영)가 안인경(전소민)에게 스타킹 심부름을 시키자, "우리 업무는 건물 청소, 심부름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할 말은 했다. 분명 짠내 가득한 인생을 사는 용미가 배로 갚아주는 한방들은 N번의 리플레이를 유발할 만큼 통쾌했다.
인경은 간이 콩만한 소심한 인물이지만, "죄를 짓고 살지 않는 게 평범한 것, 한 번이 어렵지 더 하면 죄의식도 사라진다"라는 소신으로 이런 용미의 급발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긴장감 넘치는 주식 작전에서 놀랄 때마다 커다란 눈망울에 동공 지진을 일으키며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미화원들의 실세지만, 가족들에게는 무시 받는 맹수자(김재화)는 짠내가 가득했다. 하지만 신들린 연기로 윤태경(송재희)의 주의를 끈 장면은 웃음 그 자체였다. 그런 그녀에게 꼭 이루고 싶은 꿈이 해외 여행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뭉클한 감정을 자극했다. 차일피일 이런저런 이유로 신혼 여행을 못간 한이 있는 그녀가 아직도 그 시절 젊은 수자의 증명사진이 붙어있는 기한 만료된 여권을 언제나 가슴에 품고 다닌 것. 꿈이 있는 수자가 주식 싹쓸이단에 어떻게 합류하게 될지 앞으로의 기대 포인트가 됐다.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예측할 수 없는 주식 그래프처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주식 전쟁에 겁 없이 뛰어들면서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선사했고, 마치 시청자들도 그 여정에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은 생동감을 그려냈다. 지난 방송에서는 두 번째 주식 정보 사냥에 나선 용미가 방송 2회 만에 정보 도청 발각 위기에 처하며 숨조차 함부로 쉴 수 없는 숨멎 엔딩을 장식했다. 베스티드 투자증권 법인영업 1팀 팀장 윤태경이 내부자 거래 비밀 통화를 한 인물이 아직까지 어떤 정보도 드러나지 않은 이영신(이무생)이란 사실이 밝혀졌고,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이는 감사 팀장 금잔디도 등판하면서 앞으로의 이야기에 궁금증을 심었다.
'클리닝 업'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ongang.co.kr 사진=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S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