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 호기롭게 진출한 글로벌 서비스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토종 OTT의 위상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결국 경쟁이 아닌 협업으로 전략을 바꿔 연착륙을 꾀하는 모습이다.
6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사용시간이 가장 많은 OTT 앱은 넷플릭스였다. 35억분으로 2위 웨이브와 2배 이상 격차를 보였다. 티빙과 쿠팡플레이가 각각 9억분과 5억분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 플러스(1억분)는 왓챠(이하 2억분)와 시즌, U+모바일tv에도 뒤처졌다. 애플TV 플러스는 순위에 들지도 못했다.
사용자가 많은 OTT 앱 순위에서도 넷플릭스가 1055만명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티빙과 쿠팡플레이, 웨이브가 300만명대로 경합을 벌였다. 나머지 서비스들은 100만명 초·중반대로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한국 OTT 시장은 해외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넷플릭스는 11년 만에 가입자가 줄어 주가가 지난 4월 대비 40% 이상 빠졌다. 2분기에는 200만명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는 최근 가입자가 790만명 늘어나며 넷플릭스와 달리 활짝 웃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영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국내 서비스 초기 자막 품질 불량 등 이슈를 겨우 넘어가는 듯했는데 국산 콘텐트의 부재가 약점으로 작용했다. 다수의 히어로 IP(지식재산권)를 내세운 마블 시리즈는 세계관이 복잡해지면서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인기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디즈니 플러스도 국산 오리지널 콘텐트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지난 5월에는 네이버웹툰·웹소설 원작 '키스 식스 센스'를 독점으로 선보였다.
본토에서도 입지가 애매한 OTT들은 한국 시장 진출에 따른 리스크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
데이터 분석 기업 패럿 애널리틱스가 공개한 2022년 1분기 미국 OTT 시장 현황에서 HBO맥스와 파라마운트 플러스는 점유율 6.9%, 5.0%로 각각 5위와 7위를 기록했다.
이에 토종 OTT에 콘텐트를 제공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부터 각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파라마운트 플러스는 아예 국산 OTT와 손을 잡았다. 오는 16일부터 티빙에 전용관을 마련해 한국 서비스를 제공한다.
파라마운트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게임 원작 블록버스터 '헤일로'를 비롯해 '미션 임파서블', '탑건', '트랜스포머' 등 파라마운트픽처스 대표작들과 미국 지상파 방송 중 하나인 CBS의 인기 시리즈를 공개한다.
점유율 싸움이 아닌 콘텐트 공동 투자와 수익 배분 방식을 택했다.
워너미디어가 운영하는 HBO맥스 역시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신 웨이브와 콘텐트 독점 공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HBO맥스는 '왕좌의 게임' '밴드 오브 브라더스' '소프라노스' '체르노빌' 등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