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마운틴무브먼트 제공 “저도 벌써 마흔이에요.” 배우 박해진이 한시간여 남짓 대화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말은 나이였다. 20대에 데뷔해 어느새 16년 차의 중견 배우로 자리 잡았다. 이제 연기에 대해 쓴소리 한마디 정도는 할 줄 아는 연차에 속한 나이가 됐다. “올해 처음으로 나 스스로 대견하다, 열심히 해왔구나 정도 칭찬했다”는 박해진은 “어제보다, 지난해보다 더욱 신중하게 발을 내디뎌야 하는 시기가 왔다”며 한 마디 한 마디 진중한 자세로 MBC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드라마를 끝낸 소감은.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다. 재미있는 장르에 배우들과 합도 좋았고 큰 무리 없이 끝마쳤다. 웃으면서 잘 찍고 끝냈다. 동고동락한 우리 귀신 식구들과 재미있는 촬영을 했다. 좋은 기억만 남은 작품이다.”
-마술을 배웠다고 들었는데. “마술이기보다 멋있는 척하는 것만 배웠다. 어떻게 멋있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마술은 단기간에 완성될 수 없다. 실제 마술이라 하기 뭐하고 트릭인데 동전이나 불 따오는 정도를 연습했다. 반지 마술은 연습을 잘했다.”
-첫회 수중쇼가 인상적이었는데 고생은 안했나. “물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공포였다. 부력 때문에 모래주머니를 들고, 발목에 차고 있었다. 숨을 참고 들어갔다가 연기할 수 있는 호흡만 남기고 촬영을 반복했다. 당시에 촬영하면서 어깨를 조금 다치기도 했다. 파열된 자리가 또 파열되는 상처를 입었다. 큰 부상은 아니다.” 사진=마운틴무브먼트 제공 -사극 연기도 처음 아닌가. “사극 하는 배우들 정말 대단하다. 난 맛보기 정도였는데 의상, 가발 착용이 다 힘들어 헤맸다. 사극을 해보니 세트와 의상, 시대가 주는 힘이 분명 있구나를 느꼈다.”
-이번 드라마에서 유난히 몸을 쓰는 연기가 많았는데. “언제 또 몸을 쓰는 연기를 할까. 퓨전 판타지 장르는 지금이 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실제 나이보다 극 중 어린 역할을 해왔는데 이번 드라마는 인간 박해진의 감성이 하고 싶은 시점에 택한 작품이다.”
-코믹한 연기도 어느 때보다 많이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코미디 장르를 좋아한다. 망가지는 연기의 두려움 있지 않고 기피하지도 않는다. 그동안 딱히 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그런데 방귀 불꽃 튀는 장면은 촬영하면서 현타가 왔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코믹 연기를) 또 하라면 할 거다.” 사진=마운틴무브먼트 제공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이 있나. “차차웅이 하찮음을 유발하는 캐릭터라면서 개복치라고 부르더라. 웃기면서 재미있는 표현이었다.”
-캐릭터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했나. “작가님의 차차웅은 좀 더 멋있었다. 나는 멋있음을 거부하고 허당미 정도로 보이려 했다. 주인공이 갖춰야 할 덕목을 부수려 했다. 오죽하면 감독님이 한 번씩 ‘괜찮겠어요?’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내 의도가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됐을까 묻고 싶다.”
-20대에 데뷔해 어느새 앞자리가 두 번 바뀌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나에게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서른아홉과 마흔이 뭐가 다르겠나. 어제고 오늘일 뿐인데. 그런데 돌이켜보는 나이가 됐구나 생각이 드니 훅 다가왔다. 작년에는 이런 생각조차 안 했는데….”
-코로나 시국 속 촬영하는 동안 어려움은 없었나. “직격탄을 맞지 않았지만 팬데믹을 벗어날 수 없었다. 스태프 한 명씩 한 명씩 없어지고 다른 사람이 와있는 날이 있었고, 어떤 날은 촬영팀, 조명팀 전체가 통으로 없었다. 식사를 같이하니 유행을 피할 수 없었던 거다. 현장에서 안 보이면 ‘갔어요?’ 묻고 ‘일주일 뒤에 봐요’라고 인사했다. 그저 몸 건강히 돌아오기만 바랐다.” 사진=마운틴무브먼트 제공 -촬영 전후 코로나 시국을 어떻게 보냈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족들과 더 끈끈해졌다. 어디 나갈 수 있는 형편도 아니고 해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나는 베이킹을 배웠다. 원래 누나가 제과자격증 취득을 위해 배웠는데 내가 더 잘 만든다. (직접 만든 과자 사진을 보여주며) 계란과자로 시작해서 팬케이크, 구름빵, 피낭시에, 마들렌, 티라미스 등을 만들 줄 안다. 한때 지름신이 와서 값비싼 황동 틀이나 반죽기도 샀다.”
-결혼 생각은 없는지. “(결혼은) 늘 하고 싶다. 5년을 주기로 해야지 하고 있다. 지금은 마흔다섯 전에 가고 싶다. 만약 결혼하면 아내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를 거다.”
-요즘 걱정은 뭔가. “나의 행보나 어떤 캐릭터에 대한 고민보다 더 포괄적인 진로나 배우로서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다.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고민한다. 그리고 주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나이를 맞고 싶다. 곱게 늙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