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대표 투수 양현종(34·KIA 타이거즈)은 지난 11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 KIA의 5-2 승리를 이끌며 시즌 6승을 거뒀다.
이날 양현종은 1회 초 2사 1·2루에서 김혜성의 타구에 왼쪽 정강이를 맞았다. 절뚝거리며 마운드를 내려갈 만큼 충격이 컸다. 왼손 투수가 투구할 때 중심축이 되는 왼다리를 다쳤기에 많은 이들이 걱정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더그아웃에서 얼음찜질을 하며 통증을 다스렸고, 6회까지 버텨내는 투혼을 보여줬다.
이날 양현종의 호투는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우선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KIA는 최근 외국인 투수 션 놀린과 로니 윌리엄스가 부상으로 이탈, 선발진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5월까지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순항하던 선발 투수 이의리도 6월 등판한 두 경기에선 모두 5점 이상 내줬다. 5월 팀 타율(0.284)과 홈런(30개) 1위에 올랐을 만큼 뜨거웠던 타선도 6월 들어 갑자기 식었다. KIA는 양현종이 등판하기 전 5경기에서 단 1승(1무 3패)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양현종이 깔끔한 투구를 보여줬다. KIA의 공격력은 7회까지 4득점에 그칠 만큼 여전히 답답했지만, 양현종이 리드를 지켜낸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양현종은 개인 통산 153번째 승리를 거뒀다. 이강철(152승·현재 KT 위즈 감독)을 제치고 KBO리그 통산 다승 단독 3위로 올라섰다. 이제 그의 앞에는 정민철(161승·현재 한화 이글스 단장)과 송진우(210승)뿐이다.
그동안 양현종이 타이거즈 구단 선배 투수이자, 한때 투수 코치로 함께한 '스승' 이강철의 다승 기록을 언제 넘어설지 관심이 쏠렸다. 양현종은 153승을 달성한 뒤 "이젠 부담이 조금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양현종은 당분간 기록 이슈에서 해방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초, 양현종이 등판한 경기에서 유독 힘을 못 썼던 KIA 타자들도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양현종은 이날 KBO리그의 신성으로 떠오른 안우진(키움)과의 선발 맞대결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 '강속구 투수' 안우진은 이전까지 등판한 11경기에서 7승 평균자책점 2.31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양현종은 안우진 앞에서 관록 있는 투구를 보여줬다. 3회 초 야시엘 푸이그에게 투런 홈런을 맞고 잠시 흔들렸지만, 이후에는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반면 안우진은 6이닝 동안 8안타를 맞고 4점을 내줬다.
양현종은 지난달 2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리그 에이스로 성장 중인 원태인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양현종은 6이닝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다했다. 반면 원태인은 4와 3분의 1이닝 6실점을 기록하며 흔들렸다. 20대 후배들 앞에서 양현종은 에이스란 무엇인지 '특강'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