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정정훈 촬영감독이 세계 속 한국 대중문화의 달라진 위상에 관해 전했다.
정정훈 촬영감독은 14일 오전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오징어게임'을 현지 감독이나 스태프들에게 먼저 이야기 들었다. 사실 반대가 돼야 하는데, 역으로 반대가 됐다"며 웃었다.
이어 "그들이 보라고 해서 봤더니, 난리가 났더라"면서 "BTS도 현지 감독, 배우, 스태프들이 난리가 나서 알게 됐다. 이젠 내가 홍보를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내게 먼저 '여태껏 안 봤어?'라고 한다. 재미있다"고 했다.
또 그는 "옛날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김치, 비빔밥, 불고기가 첫 인사였다. 처음 미국에 넘어왔을 땐 '강남스타일' 춤을 내 앞에서 현지인들이 추곤 했다. 지금은 다양한 한국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계 안에 콘텐츠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영화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친절한 금자씨', '박쥐', '신세계' 등의 촬영감독이었던 그는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를 비롯해 '좀비랜드: 더블 탭',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언차티드' 등의 작품으로 할리우드에서 맹활약 중이다.
최근에는 디즈니+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스타워즈' 시리즈 키스탭으로 참여한 것. '오비완 케노비'의 데보라 초우 감독에 정정훈 감독과의 협업에 대해 "정말 놀라웠고 완벽한 파트너였다"고 전하면서, '올드보이' 스타일을 차용했다고 이야기했다.
정정훈 촬영감독은 한국인 최초로 '스타워즈' 시리즈에 참여한 소감에 관해서는 "영화학교에 다닐 때부터 교과서처럼 공부해왔던 '스타워즈'에 참여하게 돼 좋다. 새로운 기술의 최전방에서 일한다는 것에 설렜다. 얻는 것도 많았던 작업이다. 한국인 최초라는 수식어는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영화하는 사람은 그냥 영화하는 사람이니까. 어찌됐든 희한하고 특이한 경험을 많이 했다"고 이야기했다.
또, 최근 칸 영화제에서 신작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면서, "칸 수상 전후로 연락했다. 감독상이 발표되자마자 문자를 보냈다. 박 감독님이 '송강호와 같이 나란히 수상해 재미있다. 좋았다'는 답을 주더라. 개봉을 앞두고 관객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정정훈 촬영감독이 참여한 '오비완 케노비'는 어둠과 절망이 팽배한 세상, 모두를 지키기 위해 잔혹한 제다이 사냥꾼에 맞선 오비완 케노비의 목숨을 건 여정을 담은 시리즈다. 지난 8일부터 매주 1편씩 디즈니+에서 순차 공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