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발칙한데, 진짜 발칙한 게 앞에서 쇼를 펼치고 있는 드래그 아티스트인지 아니면 세상인지 모르겠다.
세상의 규정에 저항하고 본연의 자신대로 살아나가는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모지민)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모어’가 개봉을 앞두고 22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스페셜 나이트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모어’의 주인공인 모어와 영화를 만든 감독 이일하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많은 셀러브리티와 지인들이 참석해 영화의 개봉을 축하하고 기쁨을 나눴다.
영화 상영 전 진행된 모어의 특별 공연은 이날의 백미였다. ‘어떤 시간은 청춘이다가 어떤 시간은 불혹을 지났고 / 어떤 시간은 애만 타다가 어떤 시간은 성실하였고 / 어떤 시간은 앉아 쉬다가 어떤 시간은 빌어먹었고 / 어떤 시간은 굴러오다가 어떤 시간은 부여잡았고 / 어떤 시간은 증오이다가 어떤 시간은 증발되었고’라는 시간에 대한 단상을 담은 모어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검은색 슈트를 입고 등장한 모어는 이후 무대에서 옷을 갈아입는 과정을 모두 고스란히 보여주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모어는 서울 이태원에서 드래그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인물. “팁이나 내놔 XX들아”라는 영화 속 대사에 걸맞게 퍼포먼스가 끝난 뒤 한 참석자는 모어의 가슴팍에 5만 원 권을 붙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자유분방하고 유쾌한 현장이었다.
이일하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된 사진을 소개하며 “다리를 활짝 벌리고 앉은 저 사진이 마치 세상에 대한 어떤 선언문처럼 보였다”면서 “그 사진을 본 순간 클럽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하에 있는 드래그 쇼를 지상으로 끌고 나오자, 그래서 한바탕 퍼포먼스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짧다면 짧을 81분짜리 다큐멘터리지만 만드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모어는 여러 차례 이 영화 촬영이 얼마나 힘들었고 자신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이야기했고, 이일하 감독은 동의의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영화 촬영을 거절했다. 세 번 정도 설득을 하고 오케이를 받았다. 그때 왜 거절했느냐”며 짓궂은 질문을 했고, 모어는 “그걸 꼭 얘기해야 하나. 오늘 좋은 날인데 좋은 얘기만 하자”고 응수해 현장에 웃음을 안겼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생생하게살아 숨 쉬는 한국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남기는 쉽지 않았을 터. 모어는 “진심으로 살아 있어서 너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 내가 살아 있어서 너무 다행이고 행복하다는 말을 진심으로 자주 한다”며 “영화 ‘모어’를 통해 인격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한 걸음 더 성장했다. 이일하 감독으로부터 인격적, 예술적 소양을 배웠다”고 감사를 표했다. 모어는 또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팁이나 내놔 XX들아’라는 대사를 언급하며 “우리 영화 역사상 손꼽히는 명대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는 자신감과 “우리 영화가 ‘범죄도시2’를 잇는 천만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인디 영화라고 1만, 2만을 목표로 해야 하는가”라는 당찬 포부를 보여 현장의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모어가 크게 자긍심을 느끼는 ‘카 퍼레이드신’을 비롯해 드래그 아티스트로서의 삶과 그의 퍼포먼스, 한국의 현실과 지독하게 잘 맞아 떨어지는 각종 음악의 향연으로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모어’는 23일 개봉됐다.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