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박건우(NC 다이노스)가 떠난 외야는 두산 베어스의 고민거리였다. 2022시즌이 절반가량 지난 지금, 두산 외야의 중심은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던 안권수(29)다. 지난 2년 간 주로 대주자, 대수비로 뛰었던 그는 올해 좋은 타격감을 보이더니 김인태까지 부상으로 이탈한 5월 이후에는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안권수의 성적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아직 규정타석에 미치지 못하지만, 27일 기준으로 타율 0.337, 출루율 0.410, OPS(출루율+장타율) 0.803을 기록 중이다. 규정 타석에 진입할 경우 리그 4위 수준의 고타율이다. 홈런을 하나도 치지 못했지만, 팀 4번 타자 김재환(12홈런·OPS 0.799)보다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서도 1.63으로 호세 페르난데스, 김재환, 허경민에 이은 팀 내 4위를 기록 중이다.
일본 와세다대와 독립 리그를 거친 안권수는 지난해까지 KBO리그 통산 88타석에만 나섰다. 반면 올해는 벌써 201타석을 넘겼다. 그는 “김태형 감독님께서 기회를 많이 주신 덕분에 타격이 잘 되고 있다. 대타로 나가면 치는 게 쉽지 않았다. 일본 시절 타격에 자신 있었지만, 두산에는 잘하는 선수가 많아 (출전) 기회도 적었다. 타격감을 살리기 쉽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이도형 두산 타격 코치도 “권수가 기회를 잘 살려내고 있다. 시즌 전 준비를 잘해놨다. 작년보다 스윙과 타구 질이 모두 좋아졌다"며 "예전에는 투수가 던진 공에 타이밍이 늦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스윙 궤적과 테이크백이 달라진 덕분에 히팅 포인트가 앞에서 형성되고, 배트 중심에 맞는 타구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리드오프가 된 안권수에게 과제가 하나 남아있다. 왼손 타자인 그는 올 시즌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 0.354(130타수 46안타)를 기록 중이다. 반면 왼손 투수를 상대로는 0.281(32타수 9안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좌투수 상대 타율 0.182)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차이가 크다. 이도형 코치는 “그동안 왼손 투수가 바깥쪽으로 던지는 슬라이더를 골라내지 못했다"며 안권수의 고전 이유를 설명했다.
그래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지난 23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만난 안권수는 "왼손 투수에 대비하기 위해 준비한 게 있다. 자세한 건 비밀"이라며 웃었다.
'비법'은 통했다. 이날 그는 상대 선발인 왼손 오원석을 상대로 4타수 3안타를 때려냈다. 안타 3개 중 2개가 슬라이더를 공략한 결과였다. 이도형 코치에게 그의 '비법'을 물었다. 이 코치는 "권수가 비밀이라고 했나"라고 웃으면서 "권수가 바깥쪽 슬라이더에 약한 만큼 오원석을 상대할 때는 대비를 했다. 바깥쪽 슬라이더를 유인구로, 몸쪽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로 던지는 패턴을 파악했다. 이걸 잘 구분하자고 했는데, 실전에서 잘 공략해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