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3루수 최정이 지난 1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5회 말 역전 투런 홈런을 치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살아있는 전설' 최정(35·SSG 랜더스)이 서서히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타구 방향이 그의 컨디션을 말해주고 있다.
최정은 지난 15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시즌 10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데뷔 2년 차인 2006년 이후 17년간 매년 꾸준히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해왔다. 이 부문 프로야구 최장 기록(장종훈·양준혁 공동 2위·15년)을 경신해내고 있다. 통산 홈런(413개)에서도 이승엽(467개)의 뒤를 쫓는 중이다. 통산 타율 0.288 1945안타(27일 기준)를 쳐냈을 만큼 정확성도 떨어지지 않는다. 3할 이상 타율도 7시즌이나 기록했다.
2022 KBO리그 프로야구 SSG와 kt위즈의 경기가 1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8회말 2사 최정이 솔로홈런을 치고 환호하며 1루로 달려나가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kim.mingyu@edaily.co.kr 최정의 세부 지표는 상당히 독특하다. 스포츠투아이 기준으로 2020년 그의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는 0.272(최저 2위)에 그쳤다. 2021년 BABIP는 0.277(최저 6위)였다. 인플레이 타구 중 안타가 적다는 의미였다. 이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BABIP가 낮은 타자들은 대부분 실제 성적도 좋지 않다. 최정은 다르다. 2020년 타율 0.270을 기록한 그는 33홈런을 때렸다.
낮은 BABIP로도 성적이 좋았던 건 그가 풀 히팅, 즉 당겨치기에 집중한 탓이다. 지난 2년간 최정이 당겨친 타구는 59.5%, 61.1%에 달한다. 그의 커리어에서 두 번째, 세 번째로 높았던 수치다. 시즌 40홈런을 처음 때려낸 2016년 이후로 범위를 늘리면 그는 총 1256개(이 기간 1위)의 좌측 타구(57.6%)를 만들어냈다. 이 기간 당겨친 타구 2위(1133개)인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의 좌측 타구 비율은 47.7%였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우측 타구 1028개)과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우측 타구 1011개) 등 당겨치는 타구가 많은 좌타자들 역시 타구 비율이 40% 안팎에 불과하다. 최정의 당겨치기는 그만큼 두드러진다.
A구단 전력 분석원은 “당겨치기 비중과 BABIP는 음의 상관관계가 강하다. 당겨친 타구가 많을수록 BABIP는 낮아진다.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줄어들고 홈런이 증가한다. 풀스윙에 빗맞은 뜬공도 BABIP 값을 낮춘다. 최정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최정의 홈런%는 5.97(4위), 6.31(1위)에 달했다. 또 이 기간 내야 뜬공 비율도 2020년 37.8%, 2021년 41.2%(이상 스탯티즈 기준)로 커리어에서 높았다. 라이너를 포기하고 내야 뜬공을 감수한 최정은 지난해 35홈런을 때려 4년 만에 홈런왕을 되찾았다.
올해 최정의 당겨친 타구 비율은 예년 같지 않았다. 6월 27일 기준으로 좌측 타구는 총 75개(48.4%)에 불과하다. 밀어친 타구는 38개(24.5%)로 2020년(18.9%)에 비하면 29.6%가량 늘어났다.
SSG 랜더스 3루수 최정이 지난 1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5회 말 역전 투런 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원인은 부상이었다. 최정에게 타구 방향의 변화에 관해 묻자 “내 타격 지향점이 달라진 건 없다. 단지 손목과 손가락이 안 좋았을 때 힘을 제대로 주지 못하다 보니 (구위에) 밀려서 타구 방향이 달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겨친 타구가 많은 이유를 묻자 그는 “의식적으로 센터 방향으로 치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두고 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잘 맞은 타구는 좌측으로 향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정이 컨디션을 회복할수록 밀어치는 타구가 줄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당겨친 타구 22개, 밀어친 타구 19개를 기록했다. 타율이 0.343으로 높았지만, 안타 당 장타 비율(26.1%)이 지난해(43.8%)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 5월에도 밀어친 타구 15개(23.4%)를 만들었는데, 타율(0.207)도 낮아졌고, 장타도 6개로 4월 수준에 그쳤다.
그랬던 최정이 6월에 살아났다. 당겨친 타구가 21개, 가운데로 향하는 타구가 13개가 나오는 동안 밀어친 타구는 4개에 불과했다. 그는 이 기간 타율 0.396·홈런 4개·2루타 3개를 기록했다. 안타 21개 중 밀어쳐 만든 건 1개뿐이다. 시즌 성적도 타율 0.300 OPS(출루율+장타율) 0.899로 빠르게 회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