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노트’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뮤지컬 팬들과 만나고 있다. 당초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지난 4월 1일 막을 올린 ‘데스노트’는 지난달 19일까지만 공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캐스트에 관계없이 모든 회차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예술의 전당에서 6주간 추가 공연을 확정 짓게 된 것.
예술의 전당 공연 2일 차였던 2일, 오페라극장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굿즈를 사기 위해 계단 아래까지 줄이 늘어서 있는 광경은 ‘데스노트’에 대한 뮤지컬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뜨거운지 실감케 했다.
2017년 이후 약 5년 만에 삼연을 맞이한 ‘데스노트’에는 몇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먼저 제작사가 씨제스에서 오디컴퍼니로 바뀌었고, 몇 가지의 넘버들이 편곡됐다. 또 기존의 복층, 돌출형 무대가 완전히 사라지고 배우들이 직사각형의 단층 무대에서 모든 연기를 소화하게 됐다. 초연 이후 캐스트에 변화가 없었던 렘은 박혜나에서 김선영, 장은아의 더블 캐스트로 바뀌었고, 류크도 원조 류크인 강홍석과 함께 서경수가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김준수의 색이 강했던 엘 역에는 김성철이 더블로 이름을 올렸다.
이런 캐스트 변화에도 인기는 굳건했다. 티켓을 오픈할 때마다 몇 분 만에 ‘매진’이 떴다. 특히 초연 조합인 홍광호, 김준수, 강홍석 페어 공연은 신의 손이 아니면 잡을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초연 이후 약 7년 만에 ‘데스노트’로 돌아온 홍광호는 말이 필요 없는 연기와 노래로 시작부터 관객들을 극으로 빨아들인다. 엘 역의 김준수 역시 지난 5년여의 공백이 실감 나지 않을 정도다. 무대에서 뿜어내는 에너지와 특유의 몽환적인 목소리는 엘 그 자체라고 느껴질 정도. 다소 코믹한 매력이 있는 강홍석 표 류크와 호흡을 맞추는 렘 역의 김선영은 무겁고 비극적인 톤의 연기로 류크와 대조를 이루며 자신의 색을 분명히 한다.
이렇게 배우들의 호연에 몰입할 때쯤 관객들을 한 번 더 놀라게 하는 게 있다. 이번 공연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각 효과다. 무대가 직접적으로 분할되거나 회전하지 않는데도, 마치 쪼개지고 도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시각효과는 보면서도 눈을 의심하게 한다. 특히 선을 이용해 공간을 나누고 변형시키는 테크닉은 그 기발함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복층과 돌출 무대가 있을 때만큼의 압도감이 없는 대신 시각효과는 새로운 볼거리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후반부 엘이라이토의 부름에 창고로 향하는 장면은 놓치면 아쉬울 시각효과의 하이라이트다. 다만 아이돌 음악 느낌이 줄어든 ‘사랑할 각오’와 미사의 죽음을 불사한 각오를 제대로 보여줘야 할 ‘생명의 가치’ 편곡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