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앨리스’. 이 드라마 하나를 위해서라도 OTT 왓챠 결제를 추천한다. 볼 것이 너무 많은 세상, 풍요 속 빈곤이라고 딱히 볼 게 없다는 이들에게도 꼭 추천한다. ‘최종병기 앨리스’는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쿠팡플레이 ‘안나’와 하필이면 지난달 24일 같은 날 공개됐다. 경쟁작들이 대단한 원작에 10명이 넘는 유명스타들이 총출동했고, 또 하나는 국민 첫사랑의 원톱 주연물이다. 그럼에도 연출, 대본, 연기 어느 하나 빠질 데 없는 수작(秀作)이다. 액션도 충만하고 유머코드도 꽤 많다.
‘최종병기 앨리스’는 킬러의 정체를 숨긴 전학 온 여학생과 비폭력으로 학교를 평정한 남학생의 핏빛이 낭자한 하이틴 로맨스다. 타이틀 롤 앨리스, 한국 이름 한겨울을 연기한 박세완은 편당 30분 내외의 8부작 드라마를 위해 두 달간 매일 달리고, 6kg을 찌우는 등 변신에 제대로 공을 들였다.
-작품이 공개된 심정은. “처음 접하는 장르라 긴장도 많이 하고 부담도 엄청났다. 어색하면 어떡하지? 어울리지 않나?라고 걱정했다. 공개 당일에는 부담에 밥도 안 들어가더라. 회사 식구들과 함께 시청했는데 내 눈에는 여전히 부족한 게 많이 보였다.”
-어떤 점이 부족하게 보였나. “영어 대사를 할 때 감정보다 영어 발음에 신경을 쓴 것이다. 또 처음 등장할 때 액션을 하고 나서 더 숨이 차야 했는데 그렇지 않아 아쉽다.”
-유머러스한 대사도 인상적인데. “말맛을 살려야 하는 장면이 있어 걱정이 많았다. 감독님의 말맛이 어려워서 초반에는 테이크를 많이 가기도 했었다.” -아무리 봐도 고교생이 아닌 배우들이 고등학생 연기를 하는 점도 재미있는데. “같이 연기한 친구들이 또래라서 힘을 얻었다. 학교 안 친구들이 거의 다 20대였다. ‘우린 고등학생이다’에 한껏 취해서 연기했다. 청소년이 주인공인데 청소년관람불가 드라마라니 매력 있지 않나. 하하하.”
-여고생 킬러 클리셰를 어떻게 연기했나. “감독님이 촬영 전에 일본 만화와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 따위’, 영화 ‘한나’ 등을 참고하라 했다. 특별히 레퍼런스로 삼지는 않았다. 대신 대본을 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앨리스에 대해 일기를 썼다. 킬러가 나온다고 어두운 장르물이 아니듯, 겨울이는 어둡지만 마냥 또 그런 애는 아니다. 깊은 내면에 평범하게 살고 싶은 생각이 있는 아이다. 진짜 10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새로 해본 경험이 많다고 들었는데. “연기하면서 한 번도 피를 묻혀본 적이 없다. 새롭더라. 피 칠갑 했을 때 셀카를 엄청 찍기도 했다. 액션도 새로웠다. 하기 전에는 두려움이 컸다. 친분 있는 금새록, 김세정이 액션 연기를 할 때 나랑 먼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 “왜 날? 다른 사람이 거절했나 의심했었다(웃음). 미팅 첫날 자리에서 ‘왜 저에요?’라고 묻기도 했다. 감독님이 그렇지 않게 생긴 소녀가 피칠한 것 보고 싶다고, 웃는 모습이 많은데 그 웃음을 지워보고 싶어서라고 하더라. 한켠에는 나도 그런 욕심이 있어서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액션이 많은데 어떤 준비를 했나. “2개월 동안 액션스쿨을 다녔다. 남주 송건희와 함께 다녔는데 진짜 힘들어서 한마디도 안 하는 날이 많았다. 킬러의 강인함을 보여주기 위해 6kg을 찌우며 벌크업 했다. 원래 운동을 안 하는데 나도 운동할 수 있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닭가슴살과 제로콜라는 약 먹듯 먹었다. 숙제였던 달리기도 정말 많이 뛰었다. 다른 배우들이 대기 시간에 같이 오락도 하고 그러던데 나는 체력이 모자라 차에서 가만히 쉬었다. 예고편을 본 엄마가 내 연기를 보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냐며 우셨다. 집안 내력에 체력이 없다.”
-달리기는 얼마나 뛰었길래. “부기를 빼라는 주문을 받았다. 복싱, 발레, 필라테스, 액션 스쿨, 헬스장을 다니면서 달리기도 매일 뛰었다. 부산에서 촬영할 때 송건희가 매일 강제 알람을 해서 함께 뛰었다. 3km씩 매일 뛰었다. 촬영 후 한 달 동안 정말 누워만 지냈다.” -송건희와 호흡도 궁금한데. “함께 나오는 장면이 많아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또 리허설, 대본 리딩도 주 1회씩 꼬박했다. 첫 만남부터 서사를 쌓듯 친해졌다. 송건희가 배려를 많이 해줬는데 내가 소시지를 참 좋아하는데 한 개씩 더 챙겨주더라. 감동했다.” -실제 고등학생 시절은 어땠나. “그냥 평범했다. 집과 학교만 오갔다. 집이 엄해서 딴 것을 할 생각을 못 했다. 연기도 고3 4~5월에 시작했다. 왜 연영과를 선택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그때는 (연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칭찬받는 게 좋았다.”
-학생 연기를 많이 했는데. “여름이는 이전 캐릭터들과 많이 다르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나 ‘땐뽀걸즈’의 캐릭터는 어쩔 수 없이 밝은 애들이다. 겨울이는 밝음이 삐져나오는 친구라 출발 지점이 다르다.”
-김성오, 김태훈 등 선배들의 조력이 대단한데. 나도 팬심으로 연기했다. 선배님들의 영화와 드라마를 다 본 팬이다. 쟁쟁한 선배님들과 연기하는데 오히려 겨울이와 여름이를 먼저, 늘 챙겨줬다. 불편하게 없냐, 어떻게 맞출까 등 배려를 많이 해줘서 너무 좋았던 촬영이었다.
-올 하반기 계획은. “남은 6개월도 일하면서 지낼 것 같다. 내 힐링은 새로운 작품을 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새로운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거다. 새 작품을 찾아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