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다시 만난 양현종(오른쪽)과 웨스 벤자민. 사진=KT 위즈 양현종(34·KIA 타이거즈)과 웨스 벤자민(29·KT 위즈)이 시공간을 초월한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KIA와 KT의 시즌 10차전을 앞둔 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구단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함께 뛰며 인연을 맺은 양현종과 벤자민이 한국 무대에서 조우, 긴 시간 대화를 나눴다. KIA가 수원(KT위즈파크) 원정을 소화한 6월 초(3~5일)에는 양현종이 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던 터라 짧은 인사만 나눴다. 벤자민은 "내가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자 양현종이 놀라더라. '네가 한국(KBO리그)에 오라고 해서 왔으니, 잘 부탁한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양현종은 6일 KT전에서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실점(6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벤자민도 8일 홈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전 등판을 위해 일찌감치 수원으로 이동해야 했다. 심적·물리적으로 여유가 없던 상황이었지만, 두 선수는 시간을 내서 만났다.
동료애가 묻어나는 대화였다. 벤자민은 자신이 양현종의 루틴을 방해를 했을까봐 걱정했다. 양현종은 그런 벤자민의 말에 "전혀 그렇지 않다"며 웃어 보였다. 이내 양현종은 최다 득표(141만 3722표) 선수로 선정된 '올스타 베스트12' 팬 투표 결과가 화두에 올랐다. 벤자민이 "나도 인터넷으로 투표에 참여해 1표를 던졌다"고 건네자 양현종은 "어떻게 로그인했나. 농담하지 말아라"고 응수했다. 진짜 친한 사이에서 나오는 리액션이 많았다. 서로의 아내와 자녀, 부모를 향한 안부를 묻기도 했다.
양현종은 "미국에 있을 때부터 잘 맞는 사이였다. 공통으로 좋아하는 게 많았다. 휴일에 함께 놀러 다니고, 식사도 자주 했다"고 전했다. 그저 한때 '팀메이트'였던 게 아니었다. 국적을 초월해 깊은 친분을 나눈 사이였다.
양현종이 벤자민의 KBO리그행 결정에 중요한 조언을 하기도 했다. 양현종은 "나와 벤자민 모두 MLB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던 처지였다. 벤자민이 이닝 소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투수는 대체로 선발 임무를 부여받는다고 설명해줬다"고 전하며 "어느새 한식당에서 혼자 주문을 할 만큼 한국어를 많이 배웠더라. 한국 무대를 염두에 둔 것 같았다. 성실하고 착한 친구다. 여기서 성공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벤자민은 KBO리그에 온 뒤 새삼 한국야구 대표 투수인 양현종의 위상을 실감했다. KT 타자들이 전력분석팀으로부터 받는 왼손 투수 관련 자료에 유독 양현종의 투구 영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벤자민은 "양현종은 뛰어난 투수다. 그의 모습을 많이 본받으려고 노력한다"고 낯선 땅에서 다시 만난 동료를 치켜세웠다.
KT와 KIA는 남은 시즌 6경기를 더 치른다. 양현종과 벤자민의 선발 맞대결이 성사될 수도 있다. 벤자민은 "'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이 든다. 양현종뿐 아니라 추신수, 닉 마티니, 등 미국 무대에서 인연이 있었던 선수들과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양현종도 "투수는 타자와 승부하는 것이다. 그래도 재밌을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