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달 남성 가상인간 '무아인'을 공개하고 각종 마케팅 활동에 투입하고 있다. 무아인은 무신사의 앰배서더이자 상징으로 자리 잡은 배우 유아인을 본떠 만든 버추얼 인플루언서다. 무신사는 자연스럽고 완벽한 무아인을 연출하기 위해 시각 특수효과(VFX) 전문업체 NAU와 함께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무아인은 각종 광고성 캠페인은 물론 뷰티와 골프, 키즈 등 무신사가 전개하는 모든 패션 카테고리에서 특성에 맞춘 모습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지난 4월에는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과 손잡고 남성 가상인간 '류이드'를 선보였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긴 손가락, 오른쪽 눈두덩이를 가로지르는 독특한 문신을 가진 류이드는 세상에 공개되자마자 인기다. 최근 롯데칠성음료의 제로 칼로리 사이다 '칠성사이다 제로' 광고에 톱스타 싸이와 함께 나서며 '핵인싸'가 됐다.
스타트업 VHP가 지난해 선보인 '테오'도 남성 가상인간이다. 테오는 21세의 한국계 브라질인으로, 한국어 외에도 포르투갈어와 영어가 가능하다. SNS에서는 이미 스타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팔로워가 3만4000명으로, 국내 남성 가상인간 중 처음으로 1만명을 넘겼다. 글로벌 전역에서 K컬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영어는 물론 포르투갈어까지 정통한 테오를 향한 관심도 뜨겁다. 실제로 테오는 가상인간 운영 사이트인 '버추얼 휴먼'이 6월 발표한 '한국의 10대 가상 인플루언서'에서 8위를 차지했다. 10위 안에 포함된 남성 가상인간은 테오가 유일하다.
남성 가상인간에 비교해 여성 가상인간은 차고 넘친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2020년 선보인 '로지'를 필두로 LG전자가 공개한 '김래아', 롯데홈쇼핑이 자체 개발한 가상인간 '루시' 외에도 많은 기업이 여성 가상인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기업이 론칭한 뒤 활동하는 여성 버추얼 인플루언서만 10명 이상이다. 이들 가상인간은 나름대로 직업과 나이, 출신 학과까지 세부적인 캐릭터를 잡고 활동하면서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로지는 알려진 크고 작은 광고 계약만 해도 수십건에 달한다.
가상인간은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광고 업계 트렌드로 떠올랐다. 외모는 물론 움직임까지 실제 인간과 거의 비슷하게 구현이 가능하자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셀럽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19년 9조원에 그쳤던 가상인간 마케팅 시장은 올해 17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가상인간의 인기는 젊은 세대의 달라진 생각도 한몫한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MZ세대는가상인간을 힙한 시도로 받아들여서 이들을 모델로 삼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라면서도 "여성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모두 비슷한 외모와 중첩된 이미지로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남성 가상인간 역시 범접할 수 없는 개성이 있어야 이 분야에서 롱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