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가 저력을 증명하며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2021시즌 통합 우승을 일궈낸 힘을 되찾았다.
KT는 지난 1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9차전에서 1-0으로 신승을 거뒀다. 타선은 삼성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과 우규민을 상대로 1득점에 그쳤지만, 마운드의 힘으로 리드를 지켜냈다. 시즌 44승 2무 38패를 기록한 KT는 리그 4위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토종 에이스' 고영표가 7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으로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반등한 게 가장 큰 수확이다. 고영표는 지난 1일 두산 베어스전, 6월 24일 LG 트윈스전에서 모두 5실점 하며 흔들렸다. LG전은 올 시즌 최소 이닝(4와 3분의 2이닝)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삼성전에선 리그 대표 '이닝 이터'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잠시 밋밋해졌던 체인지업도 살아났다.
KT도 홀가분하게 전반기를 정리할 수 있었다. 시즌 초반은 고전했다. 간판타자 강백호가 개막 직전 오른쪽 새끼발가락 골절상을 당하며 이탈했고,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도 경기 중 발가락 부상을 입어 이탈했다. 지난 3년(2019~2021) 동안 견고하게 허리진을 지켰던 불펜진도 흔들렸다. 승리보다 패전이 7경기나 더 많았을 때도 있었다. 5월 말까지 8위에 머물기도 했다.
그러나 이적생들이 팀의 추락을 막았다. 스토브리그에서 영입한 FA(자유계약선수) 거포 박병호가 강백호를 대신해 팀 타선을 이끌었다. 30대 중반이 넘은 나이 탓에 에이징 커브가 우려됐지만, 보란 듯이 장타력을 과시했다. 4월 말부터 홈런 생산에 가속이 붙었고, 5월에만 11홈런을 기록하며 이 부문 선두로 치고 나섰다.
LG 트윈스에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2023 2차 5라운드)을 내주고 영입한 내야수 장준원도 큰 힘이 됐다. 국가대표 유격수 오지환에 밀려 '1.5군 선수'를 전전하던 그는 KT 이적 뒤에만 3홈런을 치며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평가받던 공격력마저 좋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수비력 강화에 기여하기도 했다.
우완 사이드암 투수 이채호 영입도 탁월했다. 한때 마무리 투수까지 맡았던 좌완 정성곤을 SSG 랜더스에 내주고 영입한 선수다. '잠수함 투수' 레전드 이강철 KT 감독의 지도 아래 실력이 급상승했고, 영입한 선수에겐 충분히 기회를 주는 KT 코칭 스태프의 기조 아래 등판도 자주 하며 주축 불펜 투수로 거듭났다.
기존 선수들이 버텨주던 사이 강백호가 돌아왔다. 프런트는 부상으로 이탈한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와 라모스의 대체 선수로 각각 웨스 벤자민과 앤서니 알포드를 영입, 기민하게 전력 손실을 막아냈다. KT는 6월에만 14승(2무 9패)을 기록하며 5할 승률을 회복했고, 4위까지 올라섰다. 강백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알포드가 준수한 클러치 능력을 보여주며 그 자리를 메웠다. 주전 포수 장성우는 안방 수비는 예년보다 덜 나섰지만, 5번 타순에서 박병호의 뒤를 지원하는 임무를 기대 이상으로 해냈다.
그사이 불펜진도 안정감을 되찾았다. 6월 중순까지 부진했던 주전 3루수 황재균도 6월 다섯째 주를 기점으로 살아나며 주축 타자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줬다.
잠시 위용을 잃었던 선발진도 정상화를 향하고 있다. 기복이 컸던 1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지난달 30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제 모습을 되찾았다. 고영표도 전반기 마지막 경기 등판에서 일시적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소형준은 이강철 감독으로부터 '에이스'라는 칭호를 들을 만큼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배제성이 최근 3경기에 모두 부진한 점은 유일한 고민. 그러나 체력 저하에 따른 구위 하락이 문제였기 때문에 올스타 브레이크에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면 충분히 이전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강철 감독은 전반기 총평으로 "잘 버텼다"고 했다. 말 그대로다. 강백호가 다시 돌아오고, 선발진과 불펜진이 현재 전력을 유지한다면 KT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